예산 시한 또 못 지켜 … 8년 연속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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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가 2일 4대 강 사업법안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상정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파행했다. 한나라당이 이 법안의 단독 상정을 예고하며 전체회의를 열자 민주·민노당 의원 10여 명이 회의 시작 전 위원장석을 점거하며 여야 의원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아래원내)이 위원장석에 앉아 있다. 의장석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으로 향하는 송광호 위원장(위쪽 원내)을 둘러싸고 밀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이 지났다. 국회는 올해도 내년도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 2003년 이후 8년 연속 ‘위헌’ 사태다. 오히려 이날부터 본격적인 예산 싸움에 돌입하는 국면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와 국토해양위, 본회의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오전 9시30분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한나라당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을 단독 상정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친수법은 4대 강 하천으로부터 2㎞ 안팎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해 공공기관이 주택·관광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4대 강 사업의 핵심 법안이다. 야당은 “수자원공사의 사업비 8조원을 주변지역 개발을 통해 회수하도록 한 특혜법”이라며 상정 자체를 반대했다. 한때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진입을 시도하다 여야 간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홍진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했던 본회의도 민주당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논란 끝에 여야 원내대표는 모든 상임위를 정상 가동하는 대신 홍 상임위원 선출안은 일단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첫 회의를 연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시작부터 검찰총장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부 조직법 어디에도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민주당과,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한나라당 의견이 맞섰다. 이주영 예결위원장이 간사 협의와 제도 개선책 마련을 약속한 뒤에야 심사가 시작됐다. 예산안조정소위는 이날부터 나흘간 감액사업과 증액사업에 대한 심사를 벌인다.

 하지만 계획대로 예산안 심사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측은 밤을 새우더라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6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 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차후라도 예산안을 밀어붙인다면 또 당할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다”며 “진돗개처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정해 놓은 12월 6일에는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되도록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12개 상임위, 3조3420억원 순증=국회 운영위 등 12개 상임위가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정부 안보다 3조3420억원을 순증시켰다. 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따르면 총지출 기준 3조9293억원을 증액하고 5872억원을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위가 6999억3500만원으로 순증액이 가장 많았으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가 4222억4500만원, 정무위가 4111억6700만원 순으로 많았다. 국토해양위와 교육과학기술위, 여성가족위, 정보위는 예산안 예비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글=선승혜·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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