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허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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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가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서 일부 내용이 “허위(虛僞)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어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다. PD수첩 제작진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내용은 사실상 유죄 취지였다. 5개 쟁점 중 3개를 “지나친 과장, 번역 오류,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 등에 의해 결과적으로 허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고의(故意)는 없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5개 쟁점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올 1월 1심에 큰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PD수첩의 보도 중 ‘주저앉은 소’(일명 다우너 소)와 광우병 관계, 아레사 빈슨의 광우병 사망, 한국인 94%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 등을 ‘허위’라고 적시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우리 정부 협상의 문제점을 제기한 두 가지만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사회를 근거 없는 공포로 몰아넣었던 핵심 내용이 부풀려지고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다. 이런 엉터리 보도 때문에 나라가 뒤흔들렸다니 어이가 없다.

 MBC와 PD수첩 제작진은 항소심 무죄로 면죄부를 쥐었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받았을 뿐 언론기관으로서 허위 보도가 있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사회적·도덕적 책임도 통감해야 한다. MBC는 2008년 4월 29일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지금 죽고 싶지 않다”는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오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당장 광우병에 걸릴 듯 사회 혼란을 부추겼던 책임을 여전히 피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 기능과 보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과도하게 펴기 위해 사실(Fact)과 다른 과장과 허위를 뒤섞을 때 언론은 사회로부터 외면과 불신을 당한다. 이제라도 MBC는 진정성을 담아 사과하는 게 언론의 금도(襟度)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