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assage To India O.S.T.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노장 감독인 데이비드 린의 영화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자연 속에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존재들의 가벼움'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그의 영화들을 한마디로 축약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로 스펙타클한 면이 있지만, 그러한 그의 영화적 성격 때문에 영화 속 대자연은 자연스럽게 주인공 역할로 탈바꿈하고 정작 주인공으로 내정되어 있던 인물들은 조연 정도의 오브제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에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가 왜 70MM로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솔한 답이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후기작에 속하는 영화 〈인도로 가는 길〉은 앞서 이야기한 그의 그러한 영화 철학이 인도를 무대로 진지하게 펼쳐지는 영화이다.

데이비드 린은 에드워드 모건 포트너의 3부작 소설을 직접 각색, 연출하였는데 그해 엄청난 호평과 함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작곡상을 수상하게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영화는 1차대전 직후 젊은 처녀 아델라가 시어머니가 될 모어여사와 함께 인도에서 치안판사로 재직 중인 약혼자 로니를 찾으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도에 도착한 아델라는 곧 의사인 인도인 아지즈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동굴을 관광하던 중 이질적인 문화와 기후탓에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영화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이 사건은 영국인과 식민지인 인도인의 싸움까지 불려 일으키게 되는데 결국은 이질적 문화와 자연속의 우정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음악을 맡은 모리스 자르는 데이비드 린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온 영화 동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스펙타클 영화 3부작인 〈아라비아의 로렌스〉 〈의사 지바고〉 그리고 지금 소개된 〈인도로 가는 길〉의 세편 모두가 아카데미 작곡상을 타면서 모리스 자르의 상복을 채워주기도 했다.

자르는 타악기 부문에서는 어떤 영화음악 작곡가도 못 따라올 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이기도 한데, 이 영화의 스코어는 타악기와 더불어 트럼펫을 위시한 관악기의 선율을 특히 강조시켜 영화의 이국적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특히 영화 〈나의 왼발〉에서 엘머 번스타인이 연출했던 악기의 신비로움을 이 사운드트랙에서도 느낄 수 있다.

또, 인도라는 무대적 배경은 자르에게 인도의 특색이 더욱 묻어나게 함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의 전작인 〈닥터 지바고〉에서 러시아의 민속 악기인 발랄라이카를 사용해서 이국적 분위기를 창출한 것과 같이 이 사운드트랙도 인도 악기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인도 민속리듬의 차용은 거의 없고 〈닥터 지바고〉 때와 마찬가지로 서양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토대위에서 이국적 분위기를 인도 악기로 내고 있는 듯한 음반이다.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연주가 인상적인 영화 〈인도로 가는 길〉 ... 혹시 모리스 자르가 낯설은 분들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사랑과 영혼〉을 참고하신다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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