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중앙대학교 조소과 재학 시절 최우람(40)은 그의 상상 속의 생물체를 기계적으로 조합한 작은 로봇을 설치미술 전시에 처음 등장시켰다. 당시엔 생소했던 ‘키네틱 아트’라는 장르의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였던 로봇들은 그 뒤 진화를 거듭했다. 도쿄 모리미술관, 미국 내슈빌의 ‘Frist Center for the Visual Arts’, 뉴욕 비트폼즈 갤러리, 삼성미술관 리움 등의 수많은 전시에서 ‘울티마 머드폭스’ ‘루미나 버고’ 등 생물학적 학명이 붙은 아름다운 그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그가 의도한 대로 ‘도시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반응하면서’ 관객의 시각과 사고를 자극한 것이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키네틱 아티스트’로 부상한 최우람은 인간적인 세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와 ‘종교’란 테마로 새로운 작품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과천현대미술관 ‘Made in Popland’전에 전시 중인 그의 신작 ‘신의 나무’는 내년 초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개인전에 새로이 소개될 ‘신전’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와이프 스타일
옷은 거의 다 부인이 사다 주는 대로 입는다. 이번 촬영에 필요하다고 해서 라벨을 처음 확인해 봤다. 가죽 점퍼는 ‘옴브루노’이고 , 청바지는 ‘게스’. 그리고 늘 편해서 신는 운동화는 캐나다 출신 배드민턴 선수 ‘잭 퍼셀’의 이름을 딴 ‘컨버스’. 머리는 집에서 이발하거나 동네 이발관을 가는데 편한 게 좋아서 거의 일정하게 6㎜ 삭발을 유지한다. 소지품이 있는 날이면 들고 나가는 갈색 메신저 가방은 ‘파슬’①인데, 속에는 악어가죽 케이스로 커버된 아이폰, 열쇠, 아이패드, 3단으로 빛의 강도가 조절되는 소형 플래시, 치실, 가죽 돈지갑, 그리고 두 개의 립밤이 들어 있다.
조종사가 되고 싶어
나이 들면 친구들과 가까운 섬 같은 곳을 여행하고 싶은 생각에 작년부터 인천공항에서 비행조종사 코스를 밟고 있다. 비행시간을 40시간 채우면 국내 자격증을 따는데 시간을 내지 못해 아직 세 시간밖에 못 했다. 외부 소음을 흡수하고 관제탑과 교신을 하는 데 쓰이는 헤드셋은 비행조종사의 필수품인데, 부인이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보스(Bose)’②제품을 해외 인터넷에서 구입해 주었다.
밤하늘을 쏘다
늘 지니고 다니 는 물건 두 가지가 있다. 만년필처럼 보이는 ‘포인터 레이저’와 ‘버어니어캘리퍼스’라고 불리는 디지털 측정기③다. 작품에 들어가는 재료의 외경·내경·깊이 등을 재는 데 사용한다. 포인터 레이저가 평범한 ‘포인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50밀리와트의 초강력 빛을 쏠 수 있다는 것이 다. “작업을 하다가 휴식이 필요하면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에 이걸 쏘아 보죠. 초록색 레이저 불빛이 일직선으로 쭉 나가면서 마치 별까지 닿는 것처럼 보이는 그 느낌. 너무 시원하고 좋아요.”
이네스 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