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助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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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일이다. 송(宋)나라의 농부가 잘 자라지 않는 논의 모를 보다 못해 싹을 뽑아 올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피곤해 병이 나겠구나. 내가 모가 자라도록 도와줬다(助苗長).” 아들이 이 말을 듣고 서둘러 들에 나가보니 곡식이 모두 말라 죽어 있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기다’는 조장(助長)의 어원이다. 이 일화는 맹자(孟子)가 공손추(公孫丑)와 하늘과 땅 사이에 충만한 정기를 뜻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는 방법을 이야기하던 중 반면교사의 사례로 언급됐다. 맹자의 해설이 이어진다. “천하에 곡식이 자라기를 돕지 않을 사람은 적다. 유익함이 없다고 내버려두는 자는 곡식을 김매지 않는 사람이요, 도와서 자라게 하는 자는 곡식을 뽑아주는 사람이니,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만 될 뿐이다.” 맹자는 또 “일이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지도 않으며,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고 가르쳤다. 멀쩡한 싹을 뽑아 성장을 도우려다 오히려 손해를 부채질한다는 알묘조장(揠苗助長),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조장은 본디 부정적인 뜻이다. 요즘 ‘힘을 가해 성장·발전을 촉진한다’며 긍정적 용례도 보이지만 이는 잘못이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 여러 노림수가 있겠지만 공포와 혼란,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포화가 잦아들자 군과 청와대의 초기 대응방식이 논란이다. 북한의 의도대로 우리 스스로 분열을 조장한다면 두 번 당하는 셈이 된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무기는 불길한 것으로 군자가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다(兵者不祥之器, 非君子之器). 군자가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욕심 없이 담담한 것을 제일로 삼고, 승리를 거두어도 아름답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자는 사람 죽이는 짓을 즐기는 자이다. 무릇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의 뜻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거론할 것도 없다. “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는 예수의 말씀도 있지 않는가.

신경진 중국연구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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