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사내하도급 정규직화가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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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소송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그 후 지난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도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체불임금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대법원 및 고등법원 판결의 기본 목적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해 파견법의 기본 취지를 달성시키고자 한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파견법의 기본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무척 회의적이다.

 우선 인위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인상시킬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고용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사내하도급을 덜 선호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소득, 고용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난 2007년 감시·단속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고령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대신 젊은 경비원들로 대체되었던 현상과 동일한 원리다.

 종합적으로 볼 때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보호라는 근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채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끼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정책은 고용계약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신규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사법부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국내 제조업 일자리의 유지·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해 정규직 일자리를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여건 조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