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땅" 보수도 진보도 모처럼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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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마다 엇갈린 의견을 보이며 대립해온 국내 진보와 보수 세력이 독도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관련조례를 통과시킨 16일 이후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두루 망라하는 사회단체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학계 등 저명인사들도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 문제 등을 두고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일본의 우익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극우적인 발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각계인사 말말말=진보사학자로 알려진 강만길 광복6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은 독도문제를 일본의 우익의 움직임과 연계시켜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17일 불교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위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일본 우익이 대외적인 긴장도를 높이려고 하는 가운데 독도문제가 돌출됐다"며 "시마네현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우익 전체의 어떤 생각이 집결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도 "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호도하게 되면 21세기를 살아야할 일본의 젊은이들이 평화주의자가 되기 보단 침략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보수논객인 소설가 이문열씨도 최근 독도문제에 대한 과격한 대응방안을 희화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독일을 방문중인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마네현의 움직임에 울화가 치밀었다"며 "독도영유권은 남북한이 다 걸려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사회단체 릴레이 시위 =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회의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독도침략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독도 파문'을 계기로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과거청산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1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차례 일본 규탄 집회를 가졌던 한국자유총연맹도 이날 오후 같은 곳에서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철회와 교과서 왜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통일연대도 이날 오후 7시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흘째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규탄시위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본대사관 앞 등 곳곳에서 릴레이식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대사관앞에서는 오전에는 북핵저지시민연대.활빈단 등이,정오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오후에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저녁에는 '6.15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이하 통일연대)가 각각 왜곡교과서 화형식.정기수요집회.촛불집회 등을 열었다. 이같은 시위행렬은 17일에도 이어졌다. 이 날 오전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독립기념관 임직원,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등이 반일집회를 열었고, 같은 시간 서울흥사단과 재경독도향우회 등은 서대문 독립문 공원에서,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양재 시민의숲에서 각각 규탄대회를 열었다.

성격이 다른 3개 교원단체도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한국교총.한교조는 17일부터 열흘간 전국 초중고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주제로 특별수업을 시작했다.

한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은 18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 '독도 지키기 연대투쟁'을 벌일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박사모는 서한에서 "일본은 독도침탈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광화문의 밤을 벌겋게 태운 촛불시위의 원조이자 선동의 달인들로서 어찌 이런 민족적 대사에는 입을 닫고 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며 노사모측을 은근히 자극했다.

박사모는 '독도 지키기 연대투쟁'의 방법으로 "촛불시위의 원조인 노사모가 시범을 보이면, 박사모도 적극 촛불을 들겠다"고 제안하며 "야간 촛불 집회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면 독도를 지킬 수 있나'를 주제로 TV든 라디오든 공동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대응방법엔 논란여지=그러나 독도문제를 계기로 증폭된 한일간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그 해법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최근 이틀새 자신의 홈페이지에 '언론이 반일과격 시위 치어리더' '쇼하지 말고 독도에 해상도시 건설하라' 등의 글을 올렸다. "원색적인 과격시위는 한국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지원이나 행정수도 이전에 들일 비용으로 독도에 해상도시를 건설하라는 주장이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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