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대단해, 남자 양궁도 강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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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남자양궁 대표팀. 왼쪽부터 김우진·임동현·오진혁. [광저우=김성룡 기자]

한국 남자양궁이 홈팀 중국을 꺾고 아시안게임 단체전 8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대표팀은 22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양궁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222점으로 중국에 4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임동현(24·청주시청)은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 이번 대회를 석권해 개인적으로는 단체전 3연패를 이뤘다.

 실력차는 마지막에 드러났다. 최종 네 번째 엔드에서도 마지막 세트의 첫 번째 사수로 나선 임동현(24·청주시청)이 8점을 쐈다. 이전 세트까지 1점 차로 뒤진 상황. 출발이 불안했다. 하지만 ‘고교 신동’ 김우진(18·충북체고)이 10점 만점을 쏘더니 맏형 오진혁(29·농수산홈쇼핑)도 10점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중국이 쏠 3발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중국의 1번 사수 천원위안이 9점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뒤를 이은 다이샤오샹이 쏜 화살이 파란색 과녁을 맞혔다. 6점. 중국팀 관계자와 응원단에서 탄식이 흘렀다. 결승전에서 시종 한국을 앞서던 중국이 마침내 무너졌다.

 양궁에서도 공한증은 무서웠다. 남자대표팀은 중국이 마지막에 약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후반부에 초점을 뒀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임동현은 “중국의 실력이 좋아졌다. 3엔드까지 접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항상 4엔드에서는 못했다. 이번에도 한 명은 실수하리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준결승 점수가 좋아 결승에서 한국이 선공을 택한 것도 효과를 봤다. 김성훈 감독은 “우리는 항상 공격적으로 승부한다. 먼저 쏘고 상대를 기다리는 게 우리의 플레이 방식”이라고 말했다.

 2번 사수의 실력이 운명을 갈랐다. 통상 단체전에서 경험이 가장 적은 선수가 2번에 배치된다. 하지만 신예 김우진은 두려움을 몰랐다. 경기 시작부터 세 번 연속 10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2발도 10점. 결승전에서 77점을 기록하며 팀에서 최고점을 올렸다. 올해 두 차례 월드컵이 국제대회 경험의 전부인 김우진은 부담이 작은 2번 사수로 나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우진은 “휴식시간 때마다 형들이 격려를 많이 해줬다. 열심히 노력한 게 결과로 나와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중국의 2번 다이샤오샹은 결승전에서 10점을 한 번밖에 쏘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6점으로 무너지며 패배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구름이 해를 가렸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나올 정도로 표정을 감추려 애썼지만 압박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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