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추신수 무서워 볼·볼·볼 … 그런 볼 넘겨버린 추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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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중심타자 추신수(왼쪽)가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2-1로 앞선 3회 말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는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13일 예선리그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타석 투런 홈런을 날리는 등 이번 아시안게임 네 경기에서 세 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메이저리거다운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광저우=뉴시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준결승전에서 중국을 7-1로 완파했다. 한국은 대만과 19일 오후 7시(한국시간) 결승전을 치러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나선다.

 대표팀은 18일 아오티 야구장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2회 박경완(SK)의 2타점 결승타와 3회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솔로 홈런 등에 힘입어 중국을 가볍게 눌렀다. 선발투수 양현종(KIA)은 6이닝을 3피안타·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이끌었다.

 대만은 이날 준결승에서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과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4-3으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 13일 예선리그 B조 첫 경기에서 대만을 맞아 추신수의 연타석 홈런과 선발 류현진(한화)의 호투로 6-1로 승리했다.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류현진을 선발투수로 내세울 예정이다.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만과 결승에서 맞붙어 4-3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가 좁은 추신수=메이저리거 추신수에게 아시안게임 무대는 좁았다. 중국 투수들은 이날 준결승전에서 추신수에게 스트라이크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3회 홈런도 볼을 때려 만들었다. 3번 타자로 나선 추신수는 1회 1사 1루에서 중국 선발 루지앙강으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었다. 고의볼넷에 가까울 만큼 상대가 추신수와의 승부를 꺼렸다. 3회 2사에서 추신수는 볼카운트 2-0에서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홈런을 터뜨렸다. 스트라이크존 아래로 떨어지는 볼을 폭발적인 어퍼스윙으로 걷어올렸다. 오른쪽 파울폴 상단을 휘감고 날아간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아치로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었다.

 추신수는 5회 2사 3루에서 고의볼넷으로 걸어나갔고, 7회 2사에서도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날 4타석에서 볼넷 3개를 얻은 추신수는 한 차례 타격 기회에서 홈런을 날렸고, 득점도 3개나 기록했다. 추신수는 경기 뒤 “중국이 생각보다 잘했지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공격적으로 스윙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김태균·이대호도 폭발=추신수를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4번 김태균(지바 롯데)과 5번 이대호(롯데)도 추신수 뒤에서 적시타 한 방씩을 때려냈다. 김태균은 4-1로 앞선 5회 2사 1·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감기몸살로 고생하며 예선리그에서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던 그는 이날 쐐기 적시타를 터뜨리며 결승전 활약을 예고했다. 오른 발목 부상 중인 이대호도 6-1이던 7회 좌전안타를 때려 2루에 있던 추신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982년생 동기인 이들 세 타자는 중심타선에서 타점 4개를 합작하는 위력을 뽐냈다.

 ◆결승전 위한 힘 비축=일찌감치 타선이 터진 덕분에 마운드 운용에도 여유가 있었다. 양현종을 6회까지 끌고 가며 불펜의 힘을 비축한 뒤 윤석민(KIA·7회)과 송은범(SK·8회)·안지만(삼성)·정대현(SK·이상 9회)이 차례로 등판해 몸 풀듯 무실점으로 막았다.

 조범현(KIA) 대표팀 감독은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다행이다. 김태균과 이대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지만 결승전까지 정신력으로 버텨주기를 기대한다”며 “대만이 결승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이 준결승전에서 투수력 소모가 있어 우리에겐 잘됐다.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러면서도 방심하지 않는다. 2010년 마지막 경기에서 꼭 승리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광저우=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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