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이재용 시대 … ‘젊은 삼성’ 발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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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줄 왼쪽)이 17일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제공]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건희(68) 삼성전자 회장이 외아들인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을 연말 인사에서 승진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 1위인 삼성그룹에서 이 부사장의 위상과 역할이 한층 강화되면서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3세 경영체제가 보다 명확해지고, 경영승계 작업도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도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 계열사의 사장단과 임원진은 지금보다 젊어지면서 ‘젊은 삼성’의 색깔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인사에서 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한 이후 1년 만이다. 이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보다 두 살 위고,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동갑이다.

 삼성 관계자는 “직급도 직급이지만,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의 시각을 종합해볼 때 이 부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관할하게 될 전망이다. 반도체사업부나 무선사업부 등 일선의 특정 사업부문을 책임지기보다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의 장단기 경영전략과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 그룹의 경영을 이어받게 될 후계자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인사 태풍’에 준하는 세대교체형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회장이 ‘젊은 조직’과 ‘젊은 리더십’을 강조한 데 이어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 인사를) 될 수 있는 대로 넓게 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예견돼온 일이다. 하지만 40대 초반인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세대교체의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적이 부진한 나이 많은 사장들이 일차적으로 2선으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다른 대기업의 경우도 창업주의 2, 3세가 사장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을 계기로 ‘젊은 오너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돼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사장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그동안 이 부사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빼어난 실적을 올린 인사들의 경우 직급 연한이나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파격적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수뇌부의 면모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대표이사 사장인 최지성 사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한 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투톱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과거 삼성그룹의 핵심이었던 전략기획실의 복원 여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전략기획실 복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결심이 서면 감추지 않는 성격인 만큼 전략기획실 복원 여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 인사에서 이 부사장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는 만큼 과거 삼성의 장점이었던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전략기획실 기능을 어떤 형태로든 복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이 복귀해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후계 구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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