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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정 감시, 주민이 채점표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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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 지역 시민단체인 ‘주민과 선거’의 의정모니터 단원이 17일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시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 정순천 의원 등 시의원 6명이 김종도 건설방재국장 등 대구시 간부를 상대로 질의를 쏟아 냈다. 정 의원은 도심 중앙로와 서대구전화국 네거리 등의 도로 부실 포장에 대한 대구시의 책임을 따졌다. 김 국장은 “도로 포장 업무를 감독하는 부서는 따로 있다”면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완전히 걷어 내고 보수하도록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3명의 시민단체 회원이 시의원의 발언을 일일이 기록했다. 그리고 출석, 준비 정도, 질의 수준, 자세·태도, 주민 대표성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된 체크리스트에 A·B·C등급을 매겼다. 시민단체 ‘주민과 선거’의 오춘식(46) 간사는 “시의원들이 주민의 대표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평가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시의회에 통보해 고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지방의회의 감시에 팔을 걷어붙였다. 외유성 해외연수, 의정비 인상, 각종 비리 연루 등 지방의회의 문제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견제받지 않는 지방권력’을 감시하지 않고는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경기도 안양시민 모임인 안양시민의정감시단은 15일 창단식을 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우선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안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참관하기로 했다. 시의원들의 활동을 점수로 매긴 뒤 내년 1월 우수 시의원 3명과 최하위 시의원 1명을 뽑아 공개하기로 했다.

 대전YMCA 등 14개 시민단체는 최근 ‘2010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대전시민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들은 16일 시작된 시의회 정례회 기간 중 행정사무감사를 모니터링해 우수 시의원을 선정할 예정이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민선 5기의 첫 행정사무감사인 만큼 의정 활동 상황을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의정 감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 제보를 받고 있다. 도의회의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안 처리 과정을 꼼꼼하게 따지기 위해서다. 광주광역시 여성민우회도 최근 회원 20명으로 의정 모니터단을 구성해 여성·환경정책 관련 의정 활동을 살펴보고 있다.

 대안 제시를 통해 의회를 견제하려는 곳도 있다. 대구 지역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정감시활동위원회는 최근 대구시의회에 23개의 질의사항을 전달했다. 행정사무 감사 때 집행부에 추궁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항목 중에는 지하철에 비치된 방독면의 문제점 등 생활과 밀접한 내용이 많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의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위원의 공개채용을 요구했다. 우수한 민간 전문가를 뽑아야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충북 지역 25개 시민단체는 9월 충북도의회와 간담회를 연 이후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도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의회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도에서다.

 시민단체의 감시에 지방의회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자리를 비우는 의원이 거의 없는 데다 질의와 응답 내용도 충실해졌다는 평가다.

글=홍권삼·최모란 기자, [전국 종합]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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