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땐 콩국수, 추울 땐 감자탕 생각” 서울 따뜻한 인정에 반한 일본 남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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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 마이니치(MBS) 방송국 아나운서 야기(왼쪽)와 방송인 후루야가 오사카 소재의 MBS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참, 괜찮아요. 한국말’이라는 한국어회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389번’.

 여권에 찍힌 대한민국 입국 도장 개수를 합치면 이 숫자가 나온다는 일본인 두 명이 있다. 한류 전문 방송인 후루야 마사유키(36)와 오사카 소재의 마이니치(MBS) 방송 아나운서 야기 사키(32)다.

 “변화무쌍한 서울이 좋다”는 두 일본인은 TV·라디오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서울 이야기를 다룬다. 둘이 함께 ‘참, 괜찮아요. 한국말’이라는 한국어 회화 방송도 하고 있다. 일로써 한국과 단단히 엮인 모양새다. 후루야는 매월 세 차례, 야기는 한 차례 정도 꼭 서울을 찾았다.

 “여름에는 콩국수가 생각나서, 추울 때는 감자탕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싶어서, 피곤하면 찜질방에서 때를 밀고 싶어서….”

 “한국이 인정한 서울통”이라는 둘의 주장은 빈말이 아니다. 후루야는 지난해 ‘관광의 날’ 때 일본인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 표창을 받았다. 야기는 2008년 서울관광대상에서 아태 최우수 서울관광 언론인상을 받았다. 서울을 일본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최근 둘은 함께 서울 여행책을 냈다. 서울시가 10일 출판한 일본어판 서울 가이드북 『마니악 서울』이다. ‘걸어서 반나절 여행’이라는 컨셉트로 서울의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모두 발품 팔아 알게 된 곳이다. “지금까지 일본인들이 모르던 ‘진짜 서울’을 소개했다”는 두 사람을 e-메일 인터뷰했다.

 -서울엔 언제 처음 방문했나.

 ▶후루야(후) : “1998년 고대 어학당에 다니기 위해 서울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 음악에 푹 빠져 홍대 라이브 클럽을 집중적으로 다니다 지난해 한국의 인디 가수인 허민씨와 결혼에 성공하기도 했다.”

 ▶야기(야) :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아버지가 서울에서 일하게 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산 적이 있다. 2001년 MBS 방송국에 입사해 ‘좋아요 한국’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5년간 진행했다. 이후 계속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빠진 이유는.

 ▶후 : “한국어를 잘 몰라 거리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다가와서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이도 있었다. 일본에서 겪을 수 없는, 사람들의 따뜻함에 반했다.”

 ▶야 : “올 때마다 새로워서 즐겁다. 예쁜 옷과 액세서리를 일본보다 싸게 살 수 있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러 온다. 동대문의 액세서리 가게에서 내 취향에 맞춰 즉석 주문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일본에서의 매뉴얼화된 거래가 아닌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여행을 할 때 지적하고 싶은 점은.

 ▶후 : “지하보도가 많아 서울을 걸어 다닐 때 불편하다. 서울에도 약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돼야 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성·역동성이 사라지는 것 같다. 도시를 개발할 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를 좀 더 생각해야 한다.”

 -▶야 : “시간표대로 정확하게 운영하는 일본의 대중교통과 달리 ‘약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서울 대중교통은 혼란스럽다. 자정이 넘어 택시를 탔을 때 야간할증제에 대해 구두로 설명을 들었을 때 당황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바가지 요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 달라.

 ▶후 : “서울에서 버스를 처음 탔을 때 앞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내 가방을 끌어당겨 억지로 빼앗아가려고 했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내게 옆에 있던 여성이 ‘한국에서는 앉아 있는 사람이 서 있는 사람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습관이 있다’고 영어로 설명해 줘서 인상 깊었다.”

 ▶야 : “명동에 갔을 때 사람들이 종횡무진 다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일본 사람들은 어떤 장소를 걷더라도 유전자적으로 습관이 된 좌·우측 통행을 지킨다.”

 -일본에 부는 서울 여행 트렌드는.

 ▶후 : “맛집·쇼핑·미용이 주를 이뤘으나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홈스테이를 체험하거나 북한산·관악산 등에서 등산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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