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어디 없을까, 모든 진리가 한 권에 담긴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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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완씨는 본인 자신도 희귀본 도서에 열광하는 사람이다. “쓰면서 재미있고 또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오수완(40)씨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문학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콘텐트를 발굴하자는 중앙장편문학상의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 소설에서 책 사냥꾼은 의뢰를 받아 희귀본 고서적을 추적해 찾아준 후 사례를 받는 가상의 직업. 이들은 점잖고 합법적인 방법만 동원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월담·잠입·절도도 마다 않는 거친 부류다.

 주인공 정도형은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지만 책을 훔칠 때 그런 증상이 약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 사냥꾼이 그는 거물 희귀본 거래업자의 협박성 의뢰를 받게 된다. 그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희귀본 창고를 찾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뼈대다. 독서 행위와 책 수집욕 등에 관한 간단치 않은 성찰이 묻어난다. 추리·액션 코드가 들어있는가 하면 실재와 허구가 수시로 뒤섞인다.

 수상자 오씨의 이력은 작품만큼이나 개성적이다. 경희대 한의학과 90학번인 그는 현재 개업 한의사다. 90년대 초반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서 불현듯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10년 가량 PC통신 문학동호회에서 활동했다. 14일 오씨를 만났다. 그는 “작가가 됐지만 내 우선 순위는 여전히 가족, 직업, 글쓰기”라고 말했다.

 -소감은.

 “한 시간 정도 기뻤다. 그 이후로는 좀 허탈했다. 실제로 된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마 한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통신동호회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등단하는 걸 보면서 10년쯤 전부터 여기저기 응모했다. 신춘문예나 문예지 본심에도 더러 올라갔다. 가족들은 물론 좋아한다.”

 -작품이 특이하다. 쉬운 내용이 아닌데도 흥미진진하다.

 “4년 전쯤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3년간 써서 1년 전쯤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얻게 됐다. 이후 다듬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 11시쯤부터 썼다. 10분 쓸 때도 있고 1시간 쓸 때도 있다. 내 우선 순위는 가족-일-축구-글쓰기였다. 이번 등단으로 글쓰기가 축구 앞에 놓이게 됐지만 여전히 가족과 일이 내겐 중요하다.”

 -정도형은 세상 모든 진리가 한 권에 담긴 ‘세계의 책’을 찾는 게 궁극적 목표다. 다른 책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세계의 책은 보르헤스의 ‘모래의 책’을 참조했다. ‘모래의 책’이 바로 모든 진리가 한 권에 담긴 책이다. 내 작품에 나오는 책의 상당수는 가짜다. 역시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문 보르헤스의 영향이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을 5년 전쯤 읽었다. 요즘은 정호승의 시집 『밥값』, 창비에서 나온 『고급한문해석법』, 영국 축구클럽 아스널의 팀 닥터가 쓴 『사커 인저리스』 같은 것을 읽는다. 책 없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왜 쓰나.

 “자기치유의 한 방편 아닐까. 욕망·슬픔·괴로움·쓸쓸함, 이런 것들이 쓰다 보면 풀리는 것 같다. 독자들을 의식하지는 않지만 재미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스토리는 물론 문장 하나도 읽는 맛이 나도록 쓰고 싶다. 무엇보다 쓰면서 내가 재미 있어야 한다. 어쨌든 쓰기를 그만두지는 않을 거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오수완 프로필=1970년 강원도 철원 출생. 90년 경희대 한의학과 입학. 한의학과 전문의. 2004년 한의원 개업. 이번 중앙장편문학상으로 소설가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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