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대·백석문화대 ‘사랑의 김장 나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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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장을 담가봐요.”(정어진) “엄마를 도와 고교때 부터 김장을 담갔어요.”(장혜영) 이 두 여학생은 9일 백석문화대학 유아교육학과 1학년으로 백석대와 함께 펼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가했다. 역시 김장 경험 탓인지 배추에 양념을 넣는 손놀림에서 두 학생은 큰 차이가 났다.

 같이 김장하던 한 여교수가 “김장 잘 담가야 시집도 잘 간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오늘 김장 목표량은 6000포기. 백석대와 백석문화대 교수·학생 250여 명이 참가했다. 함께 김장을 담그던 하원 백석대 총장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학생들 몸에 배도록 이 행사를 8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지난해부터 학교 인근 원룸아파트 등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을 위해 1000포기 김장을 더 하고 있다”며 “올해 200명의 학생들이 김장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9일 백석대·백석문화대 학생들이 천안시 저소득 가정에 전달될 김장을 담그고 있다. [백석대 제공]


두 대학이 함께 펼치는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본부동 지하 대강의실에서 진행됐다. 김장 ‘공정’은 4단계로 나눠 절인 배추 물빼기, 김장 속 넣기, 포장하기, 트럭 싣기로 이뤄졌다. 김장 속 넣기에 가장 많은 학생이 투입됐다.

 외국인 교수 및 학생들도 참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브래트 포드(53)씨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를 어떻게 담그나 항상 궁금했는데 이제 그 매운 맛의 비밀을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다롄(大連)에서 유학 온 마지에(馬結·여·21)씨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담가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즐거운 추억거리로 귀국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날 김장 행사를 주관한 백석대 사회봉사센터 이영희 소장은 “배추 가격파동으로 김장 행사를 축소하려고 했으나 불우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사랑을 더 많이 전해주고자 지난해 보다 양을 늘려 5000포기(1만Kg)김장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천안 28개 읍면동사무소의 저소득 가정 및 불우이웃들에게 백석대 학교기업이 만든 저염기능식품 빠금장과 함께 배달된다.

 고영민 백석문화대 총장은 고춧가루 양념이 묻은 작업복을 입고 능숙한 김장 솜씨를 발휘했다. 고 총장은 “아내가 김장 담그는 것을 항상 도와 웬만한 여자보다 잘 한다”며 “학생들 사랑이 담긴 이 김치가 우리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은 천안 청당동의 제일요양원에 김장을 우선 배달해 어르신들이 크게 고마워했다.

 같은 학과(경찰경호학부) 동료들과 김장 속을 버무리던 최혁(1년)씨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은 매해 이 행사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학생들에겐 이날 점심으로 김장철 단골 메뉴인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겆절이가 제공돼 완벽한 김장 체험이 될 수 있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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