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억울한 누명 풀어주는 데 인색할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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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여 2006년 기소됐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려 4년을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역시 무죄로 결론이 난 ‘현대차 로비 의혹 사건’으로 292일 동안 옥살이도 치러야 했다.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죄인’으로 추락했던 그의 명예는 어디 가서 되찾을까.

 변씨와 유사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형사사건에 얽혀 일단 기소가 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씩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 감방에 갇혀 통한(痛恨)의 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 누명(陋名)을 벗더라도 범법자로 둔갑돼 땅에 떨어진 명예는 되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법무부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의 무죄 요지 등을 일간 신문에 광고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형사보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본인이 원하면 ‘명예회복심의회의’의 심사를 거쳐 신문광고를 냄으로써 명예를 다소간 보상하는 방안이다.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에서 당사자가 무죄를 확정받아도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점을 개선한 조치라고 본다. 신문광고와 함께 판결문 전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싣고, 형사보상금의 하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의 형사판결 1심 무죄율은 0.37%였다. 이는 거꾸로 300명 중 한 명꼴로 누명을 썼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잘못으로 무고한 시민의 명예가 더렵혀졌다면 이를 회복(回復)시켜 주는 일은 국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