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와인, 한·EU FTA에도 자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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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몬테스 와이너리의 창업자 아우렐리오 몬테스(62) 회장이 8일 서울 신사동 포도몰에서 ‘몬테스 알파(Montes Alpha)’를 시음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진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와인으로 꾸준히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

 칠레와인의 대명사 격인 ‘몬테스 알파(Montes Alpha)’를 생산하는 몬테스 와이너리의 창업자 아우렐리오 몬테스(62)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몬테스 회장은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포도플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우리는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유럽이나 미국산 와인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와인 생산에 동양적인 풍수사상을 적용하는 등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는 와인을 내놓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풍수사상을 활용한 생산 방식과 관련, “와이너리 입구에는 물이 흐르고 양조장에 포도를 투입할 때는 자연 중력에 따라 지붕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뜨리며 와인에 인간적으로 접근해 저장고에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몬테스 와이너리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 시장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생산한 와인의 95%를 세계 60개국에 수출하는 몬테스에 한국 시장은 미국에 이어 둘째로 큰 시장이다. 또한 몬테스 와인은 국내 단일 브랜드 와인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국내 누적 판매량 400만 병 돌파가 확실시된다.

 몬테스 회장은 이런 인기의 비결로 “다양한 품종의 와인이 있어 생선부터 육류까지 정갈하고 다채로운 한국 음식과 두루 어울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몬테스 알파’에 대해서는 “빈티지별로 맛이 조금씩 다르나 균일한 품질이 있다”며 “타닌이 많음에도 완숙한 과일로 만들어 음식과 어우러지는 친절하고 우아한 와인”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 진출 초창기와 비교해 요즘 한국 시장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며 “더 창의적이고 근면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몬테스의 한 해 생산량은 70만 케이스(1케이스는 750mL 12병) 정도로 올해 매출 목표는 4200만 달러다.

 이 같은 성공은 공동 창업자들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공동 창업자 간 철저한 분업이 오늘의 몬테스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몬테스 와이너리가 문을 연 것은 1988년. 당시 칠레 와이너리 ‘산 페드로’의 수석 와인메이커였던 몬테스 회장은 그곳의 수출 담당 직원인 더글라스 머레이와 함께 ‘고급 칠레 와인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여기에 자금 담당 알프레도 비다우레와 설비 전문가 페드로 그란드가 힘을 합쳤다.

 몬테스의 모든 라벨에 그려진 ‘천사’ 문양도 어릴 때부터 생사의 위기를 자주 넘겼던 더글라스 머레이가 제안한 것이다.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천사가 몬테스를 지켜주고 번영시켜줄 것이란 의미에서였다. 하지만 창업자 중 비다우레와 머레이는 각각 2008년과 지난 6월에 세상을 등졌다. 수출 담당인 머레이는 생전 14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몬테스가 최근 내놓은 몬테스 셰럽(Montes Cherub)과 스타 앤젤(Star Angel)은 모두 이들을 기리는 와인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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