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열 40일 만에 6위 →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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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의 최고위 핵심 인물인 조명록(82·사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지병인 심장병으로 6일 사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부고를 전하면서 국방위원장 김정일(68)을 위원장으로 하고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6)을 비롯한 핵심 인사 170명이 포함된 장의위원회가 구성됐다고 보도했다. 공군사령관 출신인 조명록은 김일성 사망 이듬해인 1995년 10월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김정일 체제에 대한 군부 지지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00년10월 김정일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해 6월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는 등 남북 관련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조명록은 일제시대 항일운동을 한 것으로 선전되는 김일성의 ‘꼬마 전령’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각에서는 항일활동과 무관한 혁명 2세대로 분류하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달 정치국 상무위원 선출 때 그가 1928년 함북 연사군 출생으로 22세 때인 50년 12월 북한군에 입대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 공군대학에 유학했고 6·25에 조종사로 참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 이후 공개활동 횟수가 연간 1~3 차례에 그칠 정도로 건강 악화에 시달렸다.

 북한은 장의위원장인 김정일에 이어 후계자인 김정은을 권력 서열 2위로 호칭해 눈길을 끌었다. 9월 28일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김정은의 서열은 김정일과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영림(내각 총리)·조명록·이영호(군 총참모장)에 이어 6위였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군부뿐 아니라 노동당과 내각을 포괄하는 멤버로 구성된 장의위 명단의 2위에 오른 건 후계자 영도체계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공식 등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군부 행사 위주에서 경제 현장으로 후계 수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관영 중앙통신은 희천발전소 방문 사진을 지난 3일 전송하며 건설 책임자로부터 단독으로 보고받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김정일로부터 홀로 서기를 하는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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