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이상 유찰된 중소형 주택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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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지난 4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100석 정도의 경매법정은 46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법원 관계자는 “한두 달 전만 해도 빈자리가 많았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오랜만에 본다”고 말했다.

 경매시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최근 응찰자가 늘면서 중소형 주택뿐 아니라 대형 아파트도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둔화되자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시세보다 싸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경매에 대한 관심이 늘기 때문이다.

 ◆경쟁률·낙찰가율 상승세=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수는 물건당 평균 6.8명이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다. 낙찰가율도 81.0%로 4개월 만에 80%대로 올라섰다. 경기도·인천에서도 모두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홀대받던 중대형 주택에 대한 관심도 살아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서울에서 압구정동 현대 전용 144㎡형, 잠원동 우성 127㎡형 등 비싸고 규모가 큰 아파트들이 80% 이상의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며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 24억원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5㎡형의 낙찰가는 22억9200만원으로 낙찰가율이 95.5%나 됐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본부장은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2회 이상 유찰돼야 비로소 움직이던 사람들이 최근엔 한 차례만 유찰돼도 적극적으로 덤비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 물건이 급증하는 것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다. 지난달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 물건이 4년 만에 가장 많은 8156건이었다. 대부분 올 상반기 주택시장이 극도로 침체됐을 때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경매로 넘어온 것들이다. 미래시야 강은현 이사는 “강남권 인기 단지부터 도심 중소형 주택까지 경매물건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것도 경매 관심을 높인다”고 말했다.

 ◆유찰 물건이 유리=경매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중소형이면서 유찰 횟수가 많은 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집값이 회복되더라도 중대형보다 중소형이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유찰횟수가 늘어날수록 경매 시작가격이 낮아져서다.

 중소형 주택은 그동안 집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아 1회 이상 유찰돼야 시작가격이 시세보다 싸다. 이달 15일 경매에 부쳐지는 감정가 3억원인 서울 신정동 푸른마을3단지 60㎡형은 두 차례 유찰돼 시작가격이 1억9200만원이다. 이 아파트의 최저 시세가 2억7000만원이다.

 다다재테크 오은석 대표는 “유찰이 많이 됐다면 혹시 권리관계가 복잡한지, 일조권 등 주택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많이 내린 강남권의 경우 유찰횟수가 두 번 이상이어야 안전하다. 경매에 넘어온 5~6개월의 감정가격이 지금 시세보다 대개 높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강남권 집값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경매 시작가격이 감정가보다 40%가량 떨어진 뒤부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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