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의 세상 탐사] 동북아의 대란대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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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는 요동친다. 그 무대는 바람 잘 날 없다. 갈등의 전개는 동시다발적이다. 당사국들이 총출동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 분쟁은 재발했다. 선박 충돌 동영상이 퍼져서다.

미·중 대립의 양상과 긴장은 복잡 미묘하다.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진입을 예고했다. 시점은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 이후로 잡혀 있다. 미 항모의 서해 등장은 양국 군사 대치의 상징이다. 한반도 주변 제해권(制海權) 갈등의 핵심 이슈다. 중국은 이미 예민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말 한·미 연합 해상훈련 장소가 동해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중이다. 인도는 중국의 기세를 경계한다.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초점은 중국 견제에 있다. 일본과 러시아의 쿠릴열도 분쟁은 진행형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한 대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대란(大亂) 상황이다. 냉전 시대의 단순 반복이 아니다. 한쪽엔 윈윈의 국제 협력·상생이 있다. 승패가 험악하게 갈리는 제로섬 게임도 있다. 그 요인은 지정학적 숙명만이 아니다. 파란만장한 전쟁사의 기억도 담겨 있다. 역사의 보복과 반전, 역전과 반격의 의지가 분출된다. 동북아 질서는 현상유지에서 현상파괴로 변했다.

전환기적 정세는 지도자와 국민에게 특별한 전략과 비전을 요구한다. 상황을 주도적으로 대처, 활용하는 역사 인식과 마음가짐이 긴요하다. 주인의식이 단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사고와 행동이 부족하다.

6자회담도 주인의식을 헝클어 놓았다. 6자회담 참가국은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이다. 2003년 시작한 6자회담은 어설픈 환상을 심었다. 북한 핵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북한은 핵 무장국으로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감은 6자회담의 치명적 부작용이다.

북한 핵은 우리 문제다. 핵은 공멸의 무기다. 핵무기를 잘못 다루면 한민족 전체의 재앙이 된다. 북한이 핵을 가진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다. 핵무기의 속성상 그렇게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선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접근한다. 6자회담에서 처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핵 문제는 북한·미국이 다룰 별도 이슈로 인식한다. 안보 문제는 국가적 자존심의 근본이다. 북핵을 6자회담에 맡겨놓고 어떻게 민족적 자긍심을 거론할 수 있나.

과도한 6자회담 의존은 도덕적 해이감을 야기했다. 우리 사회에 변방 근성을 퍼뜨렸다. 관전자 심리를 키워 북한 문제에서 멀어지게 했다. 그 사이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3류 종북 좌파들이 주인의식의 공백을 틈타 큰 소리쳤다.

외교·안보의 주인의식 빈곤은 북한 문제의 열정을 떨어뜨린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동정심도 허약해진다. 천안함 폭파에 대한 분노도 취약해진다. 젊은 세대 대다수의 통일에 대한 관심 부족도 여기서 기인한다. 주인의식은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전략적 상상력을 넣어준다. 북한 지도층과 평범한 주민을 분리, 접근시켜 준다.

대란 상황에는 대치(大治)의 지혜와 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 문제에 대한 주인의식 복원이 절실하다. 같은 민족 남한이 북한 지도층의 체질·생리에 익숙하다. 북한을 진정으로 도와줄 역량과 감정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주인의식이 단단해야 한·미 동맹, 친밀한 중국, 21세기형 친일과 친러시아 자세도 성숙한다. 미국도 그런 한국을 새롭게 본다. 중국도 한국을 무시하지 않는다. G20 개별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6자회담 문제가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인의식 넘치는 대북 리더십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편집인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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