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色다른 세상] 긴장 풀고 푹 쉬고 싶을 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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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스트레스의 바다에서 끝없이 헤엄친다. 스트레스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일어나는 갖가지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 현대 질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긴장상태의 지속이다. 긴장하면 몸의 근육이 경직된다.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결리는 현상을 경험해 보셨는지. 이때는 기의 흐름이 막히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못한데, 바로 피로감이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에 따라 '이틀간의 휴일'이 자리잡고 있다. 고도성장을 견인하면서 '돌연사'의 주역이 된 한국 중년들에게 복음일지, 또 다른 스트레스일지. '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들은 자기계발에, 만년 '하숙생'들은 '가족의 재발견'이란 이름의 봉사에 몰입할 터다. 하지만 긴장의 이완을 통한 재충전과 느긋함을 통한 삶의 재발견은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완법으로는 명상이나 요가, 음악도 좋지만 '색'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리의 근육은 보고 느끼는 빛과 색에 따라 경직되기도, 이완되기도 한다. 이완이란 자율신경계의 중추인 시상하부의 각성상태를 줄여 산소소모량, 호흡량, 심장박동수를 줄이고 뇌파 중 알파파를 늘리는 것인데, 바로 빛과 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을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수치화한 것이 '라이트 토너스치'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긴장도가 높고 낮으면 긴장도가 낮다. 색으로 설명하면 빨강은 토너스치가 42로 가장 높다. 빨강을 보면 누구나 긴장하고 근육이 경직되는 것도 이것으로 설명된다. 빨강, 오렌지, 노랑, 녹색의 순서로 긴장의 도는 낮아지며 가장 릴랙스한 색은 베이지다.

따라서 격무에 지친 심신을 이틀간의 휴일동안 이완시키고 싶다면 베이지색과 친해져야 한다. 베이지는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피부를 연상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따라서 마침 집 안 봄단장을 계획했다면 기본 색조를 베이지로 가져가자. 여기서 기본색이라고 한 이유는 면적 대비 시너지 효과를 응용하기 위해서다.

기본색인 베이지를 70%,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릴랙스 컬러를 각각 25%와 5%로 분할 배치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는 파스텔 컬러가 효과적이다. 파랑이든 핑크든 옅은 색이 좋다. 이를 면적의 25%에 배치하고 나머지 5%는 관엽식물을 이용해 자연의 녹색으로 채우자. 이처럼 색채심리학에 따라 컬러 밸런스를 유지한 실내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이완된 공간이 될 것이다.

편안한 휴일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식탁의 안락함이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식기와 식탁의 컬러도 이에 못지않다. 컬러풀한 잡지의 요리가 유독 맛있게 보이는 이유를 색채심리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음식을 맛있어 보이는 색으로 정돈하였기 때문이다. 식욕을 돋우는 색은 빨강이 우선이지만, 긴장의 해소와 안락함을 위해 식기와 테이블 크로스를 오렌지와 베이지로 가져가 보자. 오렌지와 베이지의 배합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침의 분비를 적당히 촉진시켜 즐겁고 편안한 휴일 식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상희 컬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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