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유동성 랠리 … 원화가치 오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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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차 양적 완화 규모가 확정됐다. 관심사는 이제 풀린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물길은 신흥국과 원자재 시장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시장이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과 원자재로 돈이 몰려드는 자산 재이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이 신규 발행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함으로써 푼 돈은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으로 자금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적 완화로 달러 약세가 더 촉발될 가능성이 큰데, 이 또한 자금의 국제이동을 부추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풍부해진 돈이 흘러들면서 국내 증시도 유동성 장세를 탈 전망이다. 이미 코스피지수는 연준의 양적 완화 발표 이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나대투증권 이종성 연구원은 “달러 약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과 유동성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노중 연구원도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국내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빨라지는 가운데 원화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도한 해외자본 유입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확대는 아시아 지역의 자본 유입으로 귀결되고,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 ‘붐(boom)’ 현상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은 미국보다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을 먼저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미 제로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일본과의 금리차가 커지면서 해외자본 유입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한국과 신흥국들의 중앙은행엔 큰 고민거리다. 동부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중국과 호주, 인도 등이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사전적 조치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향후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는 일본의 양적 완화 조치 등으로 그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종성 연구원은 “양적 완화로 인한 달러화 약세는 상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며 “최근 양적 완화 정책 발표를 앞두고 상품 시장의 가격이 들썩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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