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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설계 재산리모델링] 결혼 앞둔 37세 통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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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Q : 일본어 전문 통역사로 일하는 37세의 독신 남성입니다. 올해 결혼할 계획인데 마흔 살 전에 집을 사려고 합니다. 또 직업 특성상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서둘러 노후 대비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 강모씨는 전문직 종사자로 월 평균 500만원의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수입도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3년 안에 집을 마련하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 지출 줄이는 노력을

강씨는 현재 95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면서 월수입 500만원 중 300만원을 용돈과 레저 비용 등으로 쓰고 있다. 부모님 용돈 30만원을 제외하면 실제 재테크에 쓸 수 있는 돈은 170만원 정도다.

강씨는 나이에 비해 결혼도 늦었고, 내집 마련.자녀 양육.노후 대비 등 산적한 숙제를 안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부인뿐 아니라 자녀도 부양해야 하므로 당장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선 앞으로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경각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3년 후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33평형 기준으로 3억~4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재무 상태라면 2억~3억원 정도를 대출받아야 하는 셈이다. 3년 후 강씨의 나이가 40세이고 자녀도 생길 것을 생각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강씨는 지금부터 최대한 절약하고 아껴서 종자돈 마련에 힘써야 본인이 목표로 한 노후 대비나 내집 마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적립식 펀드에 분산 투자하라

무엇보다 종자돈부터 만들어야 한다. 생활비를 100만원 정도로 줄이자. 주택부금 만기로 생기는 여유자금과 보험 해약으로 생긴 돈 등을 합하면 매월 150만원 정도의 추가 저축 여력이 생긴다. 이 중 30만원은 만기가 7년 이상인 장기주택마련저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단 한 계좌에 모두 넣지 말고 두 개의 계좌로 나눠 넣으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나머지 120만원은 3년 뒤 내집 마련 목표에 맞춰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되 만기를 2년.3년으로 나누어 가입할 것을 권한다. 펀드별로 만기를 다르게 하게 되면 수익률 관리가 용이할 뿐 아니라 한꺼번에 돈이 묶여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때는 주식투자 비중이 큰 성장형 펀드에 가입해 기대 수익률을 높이되 배당주 펀드와 업종 대표주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펀드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 보험은 소득 수준에 맞춰 축소하라

강씨는 5개의 보험에 가입해 월 72만36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보험이 많아 위험에 대한 대비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한정된 수입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선 보험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 현재 가입하고 있는 2개의 종신보험은 보장 내용이 중복되기 때문에 둘 중 보험료를 많이 내는 보험을 해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 해약으로 생기는 여윳돈 46만원 중 30만원은 노후 대비를 위해 변액연금에 넣을 것을 권한다. 특히 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일정액을 납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강제로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변액연금은 펀드에 투자해 시중금리 이상의 이익을 추구하는 실적 배당형이지만 연금으로 수령할 때 최소한 납입 원금이 보장되고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혜택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 내집 마련 서두르지 말라

내집 마련을 고려하기 전에 3년 뒤 강씨의 자산 상황부터 생각해 보자. 강씨는 직장인인 여자 친구와 결혼하더라도 당분간만 맞벌이를 하고 나중엔 혼자서 가계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또 연내 결혼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결혼 비용 지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 1억3680만원의 자산을 가진 강씨는 3년 뒤 2억원가량의 자산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중에는 전세금 등 주거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가용자산은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3년 뒤 서울에서 32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장기모기지론을 이용해 2억원을 대출받는다고 해도 6.25%를 적용하고 만기를 20년으로 잡으면 월 150만원가량을 원리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또 내집 마련을 하기 전에 자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월 수입 500만원 가운데 개인 용돈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 상품에 납입하는 돈도 줄여야 한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노후대비가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므로 내집 마련을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여유자금이 모일 때까지 당분간 집 사는 것을 미루고 보다 긴 안목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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