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발효 그후 한달] 2013년 우리나라 적용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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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귀해져 에어컨을 켜거나 네온사인을 밝힐 수 없다. 기름값이 뛰어 물가에 비상이 걸린다. 시멘트가 달려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1960~70년대 겪었던 일이 8년 뒤에 반복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2) 등 6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 줄이자는 이른바 '교토의정서'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한 달이 지났다. 교토의정서에 의해 일본.유럽연합(EU) 각국 등 34개 선진국은 2008년부터 1차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18년 전(90년)보다 5% 더 줄여야 한다. 선발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는 2013년 적용되는 '2차 온실가스 감축 대상 국가'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물론 앞으로 협상을 해봐야 하지만 불행히도 이 규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게 돼 있다.

만약 우리도 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8년 전(95년)의 9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면 어찌 될까. 그러려면 201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올해 배출량의 70% 수준이 되도록 맞춰야 한다. 이 경우 한국전력은 2013년 총 발전량의 30%를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 발전량의 30%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대 도시가 한 해 쓰는 전기에 해당한다.

정유.철강.시멘트 업종은 생산량을 거의 절반으로 감축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결국 휘발유.경유값이 폭등해 유류 파동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품귀에 따라 자동차 생산과 주택 보급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후속 조치들도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자동차에 대해 CO2 배출 상한을 정해 놓고 2009년부터 이를 충족하는 차만 수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EU의 기준은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맞추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박희천(경제학과) 교수는 "교토의정서가 국민경제에 미칠 충격은 70년대 오일 쇼크 못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한편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가 두 달 뒤인 5월 중순 독일에서 열리는데도 정부는 아직 제대로 된 협상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권혁주.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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