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미술 전시장서 즐기는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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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영상으로 현대축구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체코 작가 하룬 파로키의 대형 설치물 ‘딥 플레이’. [아트선재센터 제공]

역시 축구다.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는다. 미술 전시장에서 즐기는 축구는 색다르게 힘 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 내걸린 ‘딥 플레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결승전을 12개의 영상과 음향으로 다룬 대규모 설치물.

미술가 겸 영화감독인 체코 작가 하룬 파로키는 현대의 예술이 된 축구를 다시 예술로 번안해 보여준다. 1번 채널은 생중계 경기장면, 2번 채널은 인근 빌딩에서 촬영한 경기장 외관, 3번 채널은 높은 앵글의 경기장…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6번 채널은 축구스타 지단만 따라가는 재생 장면, 8번 채널은 이탈리아 팀과 프랑스 팀의 코칭 스텝들의 교차 영상, 12번 채널은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내 감시 카메라 영상이다. 축구를 이렇게도 뜯어볼 수 있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동시대 예술축제를 내건 ‘플랫폼 2010-프로젝티드 이미지’는 축구처럼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예술을 찾아 나선다. 2006년부터 아트선재센터가 해마다 다른 주제와 형식으로 꾸민 ‘플랫폼’은 한국 미술의 다양성 확보에 큰 영향을 끼쳤다.

3일 개막해 19일까지 열리는 올 플랫폼도 비디오아트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금세기 10년의 영상 작업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주고 있다. 자칫 지루해질 비디오 작업을 아예 아트선재센터 지하 극장에서 틀어 집중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을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태국 작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뉴질랜드 작가 렌 라이 등 66명의 작품 87점을 만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를 불러 모은 강연 프로그램도 충실하다. 이영철(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에티엔느 상드랭(프랑스 퐁피두센터 뉴미디어 컬렉션 큐레이터), 유키 카미야(히로시마 시립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등이 비디오 아트 시대를 분석한다.

 아쉽게도 플랫폼 행사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 5년을 결산하는 자료집 발간을 끝으로 작별한다. 플랫폼 총감독으로 고군분투해온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씨는 동서양의 다양한 동시대 작가들과 교류하며 예술혼을 교감한 걸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한편 김선정씨는 이런 활동을 평가받아 아시아인으로선 유일하게 2012년 6월 9일부터 9월 16일까지 열리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 13’의 큐레이터 팀 에이전트로 뽑혔다. 관람료 1일 권 3000원, 5일 권 1만원. 02-733-8945(www.artsonje.org/asc).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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