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흔들기·유시민 때리기… 과열되는 여 당권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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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당권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예비선거에서 탈락한 신기남 전 의장은 15일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문희상 후보를 지원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은 구 민주당 때 개혁운동과 신당 창당운동에서 선두 역할을 했던 의미 있는 그룹"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지도자로서 길을 가는 데 옛날에 묶여 그 범주 내에서만 얘기할 때는 아니다"며 '천.신.정'의 분열을 인정했다.

신 전 의장은 이어 "나를 지지했던 개혁파 당원들에게 개혁적 당의장을 탄생시켜 달라고 호소하려 한다"고 했다. "누가 개혁 당의장감인지 두고 보겠다"며 특정 후보 지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김두관.유시민 후보가 본선에서 문희상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본선에 가면 (문희상)대세론과 붙어 볼 만하다"고 답했다. 선거판을 개혁과 실용의 선명 대결구도로 몰아가려는 것처럼 비춰졌다.

반면 실용노선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후보는 이날 작심하고 유시민 후보를 두들겼다. 보도 자료를 통해 "더 이상 개혁을 말하면서 편을 가르거나, 당을 깨겠다는 독설이 용인돼선 안 된다"고 했다. "개혁이란 미명하에 탈당 운운하며 당과 동지들을 위협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유 후보가 지난해 기간당원제 도입과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을 놓고 "(개혁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당이 깨진다"는 등의 발언을 해 왔던 것을 겨냥한 것이다. 송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쪽 의원들의 지지를 상당히 받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정 장관 계보가 '유시민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유 후보 본인은 이에 대해 "선거를 치르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는 법"이라며 "크게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문희상 후보의 선대본부 대변인인 전병헌 의원도 이날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에 글을 올렸다. "(일부에서 제기된) '문희상 당의장 불가론'은 결국 문희상 대세론만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경선 열기가 과열되자 친노 그룹의 원로 격인 이기명씨도 나섰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e-메일 등에서 "치사하게 싸우면 부끄러움만 남는다"며 "정정당당하게 겨루자"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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