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 수질·쓰레기 … 최근에는 지구온난화가 단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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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82년 ‘우리의 영원한 정원’ 편.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며 장중한 음악과 시 구절 같은 자막이 흐른다.

“억겁을 흐르는 맑은 물 속에 물고기 한가롭게 노닐고, 나비는 춤추며 들꽃에 날아드니 자연은 우리가 편히 쉬는 곳…. 우리의 자연은 우리의 영원한 정원.”

 장중한 배경 음악이 흐르자 아름다운 산과 강의 전경이 나오고 예스러운 표현의 자막이 뜬다. 1982년 TV에 방영된 환경 공익광고 ‘우리의 영원한 정원’ 편의 장면이다. 세월이 흐른 탓인지 촌스러움이 느껴진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81년 1월 설립 이후 30년째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환경·건강·투표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공사 홈페이지(www.kobaco.co.kr)에 실린 47편의 TV 환경 공익광고에는 시대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1985년 ‘호돌이’ 편. 매연을 내뿜는 버스 기사에게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가 옐로카드를 주고 있다.


 81년 방영된 ‘아끼세요’ 편을 보자. “있을 때는 없을 때를 생각하고, 오늘은 내일을 생각하고, 에너지를 아끼세요”라는 노래가 흐른다. 이어 “연간 원유 수입액이 4조9000억원이나 됩니다. 에너지를 아낍시다”라는 내레이션과 자막이 나온다. 그때도 에너지와 물 절약을 강조했지만 환경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30년 후인 지난해 방영된 ‘녹색혁명가’ 편은 지구온난화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소를 줄이는 녹색혁명, 실천하는 당신이 녹색혁명가입니다”라며 국민이 환경보호의 주인공임을 호소했다.

1995년 ‘쓰레기를 줄이면’ 편. 알뜰 주부가 들고 나온 적은 생활쓰레기 양에 옆집 새댁이 놀라고 있다.

 시대별 주제도 흥미롭다. 80년대에는 수질 문제(15편 중 7편), 90년대에는 생활쓰레기 문제(18편 중 5편), 2000년대는 기후변화 문제(14편 중 5편)가 많았다. 특히 군사정권 시절인 80년대 중반에는 한강을 홍보하는 ‘한강 시리즈’가 6편이나 나왔다. 88 서울 올림픽 직전에는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매연을 내뿜는 버스의 운전기사와 쓰레기를 버리는 주부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는 광고도 있었다.

 광고에는 유명 탤런트도 자주 등장했다. 94년에는 박지영씨가 가톨릭대 이시재 교수와 함께 출연해 대기오염 문제를 고발했고, 95년에는 박정수씨가 알뜰주부로 나와 이웃 새댁에게 쓰레기 줄이는 지혜를 알려주기도 했다. 2008년에는 최지우씨와 일본의 구사나기 쓰요시가 함께 출연해 한국과 일본의 환경보전 노력을 자랑하는 한·일 공동제작 ‘에코 라이벌’ 편도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쳐 경제 살리기가 강조되던 98~99년에는 환경 공익광고가 자취를 감췄다.

2009년 ‘녹색혁명가’ 편. 물·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녹색혁명에 동참하자고 촉구한다.

연간 10여 편 제작되는 공익광고는 편당 2억원 정도가 든다. 방송광고공사 전영범 과장은 “환경문제가 낯설었던 80년대에는 청결·위생·쓰레기가 단골 테마였다”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후손까지 걱정하는 내용으로 진일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광고공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제로 3~7일 서울광장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0년 대한민국 공익광고제’를 연다. 공모전 출품작 40여 편도 전시된다. 3일에는 광고회사 취업설명회가, 4일과 5일에는 공익광고 세미나가 열린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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