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와 회동은 연기… 한나라 내분 장기화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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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직 사퇴서를 낸 뒤 잠적했던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左)이 14일 국회에서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전재희 의원을 위로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잠적했던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이 14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대해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전재희 의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박 의원은 퀭한 눈빛의 전 의원에게 "우리가 모두 잘못했는데 전 의원 혼자서 고생하고 있다. 빨리 회복해야 다음 일을 한다"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전 의원도 박 의원에게 "당에 필요한 분인 만큼 의원직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원직 사퇴 철회를 요구했다. 두 사람은 대화 도중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박 의원은 박근혜 대표와 오찬을 함께하기로 했었다. 미국 방문을 위해 15일 출국하는 박 대표가 "꼭 만나고 싶다"고 해 잡힌 약속이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전 의원을 만난 직후 "눈이 불편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연기를 청해 불발됐다. 박 대표 측은 "주말부터 시간을 비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를 요청해 당황스럽다"며 "출국 전 박 의원을 만나 의원직 사퇴서를 철회토록 설득하는 등 당을 안정시켜보려 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당 내분은 좀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양측이 제 갈 길로 가는 모양새다. 박 대표는 이날 정책위의장에 서울 출신 3선인 맹형규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에 경기 출신 재선인 임태희 의원을 임명했다. 5명의 정책조정위원장도 인선하고 원내부대표단도 구성해 이날 의총의 추인을 받았다. 그러나 행정도시법 통과에 항의해 그만둔 국제위원장(박진 의원)과 기획위원장(심재철 의원)직은 빈 채로 있다.

반면 '수도 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이날의 당직 개편을 비판했다. 공동대표 7인은 이날 의총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투위의 김문수 의원은 당직 개편과 관련, "천막당사 시절에는 뼈와 살을 깎는 자세로 당을 바꾸려고 석고대죄하는 정신이 있었는데 이건 아랫목에 앉아 안방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투위는 이날 시민.사회단체와 지방 의회 등으로 구성된 '수도분할 반대 범국민운동본부'결성 준비위를 구성했다.

?전재희 의원 단식 중단할 듯=전 의원은 이날 안면 신경이 마비되고 왼쪽 팔에 이상이 오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 이에 의료진이 긴급 투입돼 전 의원을 진료하고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전 의원은 "수도 분할을 막기 위한 국민 운동 협의체가 결성돼 본격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되면 단식을 중단하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투위 소속 의원들은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수도 분할 반대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기로 해 전 의원이 집회 참석 등을 위해 단식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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