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높다고 공부 잘 할까… 모범생은 IQ 120~130이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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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아이는 머리가 좋을까, 나쁠까. 공부를 잘 할까, 못 할까.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지나치면 아이의 지능지수(IQ)를 놓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IQ가 두 자릿 수로 나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IQ가 138이라는데 얼마나 뛰어난 건가요? "

아이의 지능검사 결과에 따라 부모들의 희비가 교차한다. 지능검사는 어디서 받아야 할지, IQ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의 조석희 소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집단검사는 신뢰도 낮아=지능검사 결과는 믿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집단 지능검사의 신뢰도에 대해 회의적이다. 집단검사는 흔히 하는 형태의 시험지에 푸는 사지선다형 검사. 쉽게 측정할 수 있고, 비용이 싸기 때문에 많이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집단 지능검사가 만든 지 10년 이상 됐다는 점이다. IQ는 동시대의 같은 나이 또래와 비교해 정해져야 하는데, 10여 년 전 기준에 따르다 보니 IQ가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

CBS 영재교육학술원의 윤여홍 박사는 "집단검사에서는 10~20점 정도 점수 인플레이션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집단검사를 받아야 신뢰도가 높다"고 말한다.

보다 정확한 검사를 원한다면 개인 지능검사를 권한다. 사지선다형 문제만 아니라 모양 맞추기.도형 그리기.따라 말하기 등 다양한 소검사로 이뤄진다. 임상심리 전문가와 1 대 1로 실시하기 때문에 비용이 10만~15만원이나 들지만 신뢰할 만하다.

같은 검사도 그때그때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환경이나 몸 상태가 안 좋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최선의 상태에서 집중해 봤을 때의 점수가 가장 정확한 IQ라고 보면 된다.

◆IQ로는 성적 모른다=지능지수가 높으면 공부를 잘 할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지능지수 대로 학업 성적이 나올 확률은 많아야 36%다. 전문가들은 이를 IQ의 '성적 예언도'라 부른다. 자란 환경, 교육 기회, 본인의 노력 등이 지능보다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적과 지능과의 상관관계는 점점 낮아진다.

지능지수가 높으면 공부를 잘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일 뿐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IQ 150인 아이보다 120인 아이가 학교 성적은 더 좋은 편이다. IQ 150 이상의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적응하지 못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에서 1등하고 모범생으로 칭찬 받는 아이 중에는 120~130 정도의 IQ가 많다고 한다.

◆수준에 맞는 교육을=지능 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이해력은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보통 아이들은 교사의 설명을 들었을 때 "아, 그렇군요"라고 받아들인다. 영재들은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요?"라고 교사가 다음 단계에서 설명하려고 한 걸 미리 질문한다. "네? 뭐라고 하셨죠?"라고 되묻는 건 학습부진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의 지능을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적절한 수준의 수업은 아이가 따로 배우지 않고도 문제 중 70~80%를 알면 무난하다. 학습지 등을 선택할 때 아이에게 미리 줘서 풀어보게 하자. 90점을 받는다면 너무 쉽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 50점이면 너무 어렵다. 70~80점이 적당한 수준이다.

조석희 소장은 "IQ가 70만 넘으면 본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며 "아이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찾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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