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연금 신청 신분증 하나면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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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가락동에 사는 최성호(42)씨는 얼마 전 부모의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기 위해 직장에 반일 휴가를 냈다. 연금 신청을 할 때 제출해야 할 증명서류를 떼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오전 9시쯤 송파등기소에서 건물·토지등기부등본을 떼고, 신천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송파지사로 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받았다.

집 근처의 가락동주민센터로 돌아와 주민등록등본, 건축물·토지대장 등 나머지 필요한 서류를 챙겨 민원 창구로 향했다. 연금 신청서와 함께 준비한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 직원은 “기초노령연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전산망에서 확인할 수 있어 신청서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류 떼느라 허비한 시간과 택시비, 민원발급 수수료 등으로 쓴 1만3000원이 아까웠으나 다음에 잘 활용하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민원창구에서 일하는 차수빈(30·기능직)씨는 2007년 ‘서류와의 전쟁’에서 벗어났다.

많은 업무 중에서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독립유공자 등 저소득층에게 전기요금의 20%를 깎아주는 복지할인 접수 업무는 민원인에 따라 국가유공자확인원, 국민기초생활수급자증명서 등 네 가지의 서류를 챙겨야 했다. 그러나 고령의 민원인은 서류를 빠뜨리기 일쑤였고 “서류를 갖춰 오라”며 돌려보낼 때는 가슴이 아팠다. 차씨는 “행정정보를 공동 이용하게 됨으로써 이런 부담이 없어졌고, 서류 챙기는 시간에 다른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겨울 휴가를 즐기기 위해 여권을 만들거나, 취직 후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할 때 번거롭게 서류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신분증만 준비하면 된다. 담당 공무원·직원이 필요한 정보를 전산망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공동이용 사전동의서’만 작성해 주면 된다.

 2002년 도입된 ‘행정정보 공동이용’ 덕분이다. 행정정보 공동이용은 민원 업무 담당자가 행정안전부·대법원 등 정보를 갖고 있는 30개의 공공기관이 공개한 주민등록등(초)본, 토지대장과 같은 서류를 전자민원서류관리시스템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2006년 2366만 건이던 행정정보 공동이용은 지난해 4547만 건으로 늘었다. 정부는 공동이용을 도입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공동이용으로 1억3249만 건의 구비서류를 발급하지 않아 수수료, 출력비용 등 5143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종이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발생을 감소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현재 관공서·은행 등 387개 기관이 82종의 서류를 공동으로 이용한다. 전체 민원서류 653종의 이용 건수 가운데 85%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 5월 전자정부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가 전산망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민원인에게 요구하지 못하게 되면서 행정정보 공동이용은 가속도가 붙었다. 금융·교육기관까지 이용 범위가 확대돼 숭실대학교에서는 휴·복학 신청 등을 할 때 학생증만 내면 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방공사·공단 등 700여 개 기관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중협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은 “행정정보 공동이용 제도를 몰라 민원 업무를 신청하기 위해 아직도 서류를 직접 떼 가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정보 공동이용 홈페이지(pr.share.go.kr)를 검색하거나 관공서에 전화를 걸어 공동 이용하는 서류가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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