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재판관 퇴임식서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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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사를 하고 있는 김영일 대법관.김춘식 기자

김영일(65)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11일 "헌재 결정을 판결이 아닌 정치적 결단이라고 폄하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재판관은 이날 오전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동료 재판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신의 정년퇴임식에서 "헌법 재판은 전 국민에게 적용되고 영향을 주는 만큼 모두가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 이후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과 헌재 폐지론을 제기한 정치권을 향해서는 구체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김 재판관은 "헌재를 폄하하는 지각 없는 사람들이 헌법 수호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헌재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사회 각계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법 정신을 찾고, 의미를 전달하는 작업은 오랜 생활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정신을 흔들림 없이 찾아온 법률가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감각이 헌법을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헌재 결정에 영향을 준다면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의 장식물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1999년 12월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김 재판관은 96년 8월 12.12 및 5.18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6월을 선고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의 위헌 결정 당시에는 "관습헌법을 위배했다"는 다수의견과 달리 "국가 중대사안으로 국민투표권을 위반한 위헌"이라며 소수의견을 냈다.

김종문 기자<jm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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