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 도움 필요로 한다면 누가 적인지 분명히 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 하원 헨리 하이드(공화당.일리노이주)국제관계 위원장은 10일 "한국이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누가 한국의 적인지부터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이날 하원에서 열린 '6자회담과 핵 문제'청문회 첫머리 발언에서 "한국에서 나오는 혼란스러운 신호가 당면한 북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한국은 핵을 가지고 위협을 하는 북한에 대해 지원을 쏟아붓는(shower)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핵 문제에 관한 한 북한에 대한 신뢰는 제로"라면서 "북한은 핵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한국과 일본 민간인들에 대한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라"라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은 북핵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어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동시에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이후 미 의회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음은 발언 요약.

?"한국 정부 문제 있다"=북한의 계속되는 적대 행위가 한.미 양국 동맹의 주요 관심사인데도 한국의 2004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주적에서 제외했다. 백서는 그러면서 전쟁이 나면 미국이 69만명의 미군을 한반도에 파견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런 정도의 병력이 가려면 의회가 의결해야 한다.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가 한국의 적인지부터 분명히 해주길 부탁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해오던 군사위협에다 핵을 덧붙였다. 그런 정권에 대해 지원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중국과 한국 정부는 재고해야 한다. 만일 북한의 핵 모험주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아시아에서의 미묘한 안보균형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북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운운하는 것은 핵 문제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분산책(red-herring.훈제 청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을 비유)이다. 이런 선전 선동은 한국 내에서 젊은층과 좌파 성향의 인사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부른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북한이 독재라는 걸 누가 의심하겠는가. 한국전쟁을 일으킨 건 북한이다.

미국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납치 때나 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북한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말한 건 평양정권이다.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주장은 웃긴다(ludicrous). 북한이 남한을 위협해 왔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주둔한 게 역사적 사실이다. 북한이야말로 적대정책을 버려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함께 대처해야 한다. 서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평양의 손에 놀아나게 될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