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심 따르는 이시종, 거스르는 김두관·안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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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선거 때 국책사업에 반대했던 야권의 도지사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선=도민 뜻’이라고 해석해 반대를 밀어붙여야 하나. 선거 때 ‘공동정부’에 합의해 당선된 야권 단일후보는 당선 후 4년 내내 ‘공동(共同)’에 종속돼야 하나. 정부시책 반대 공약이 난무하고 야권 후보단일화가 유행처럼 되어가는 한국 지방정치에서 이런 물음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답변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커다란 갈등의 골이 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시종 충북, 김두관 경남,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3인은 선거 때 모두 4대 강 사업을 반대했다. 더욱이 김 지사는 ‘공동정부’를 약속했고 지금 그것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이시종 지사는 당론이나 공약보다 민심을 택했다. 6·2 선거에서 그는 당론과 다르게 4대 강 사업을 찬성할 수는 없었다. 박준영 지사는 전남이 민주당 텃밭이어서 당론을 따르지 않아도 당선이 안정권이었지만 충북은 박빙(薄氷)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당선 후엔 공약을 재점검했다. 그는 학계·도의회·시민단체 등으로 검증위를 만들어 4개월간 작업을 벌였다. 그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시장·군수 12명의 의견을 들었는데 민주당 3인을 포함해 모두 사업 찬성이었다. 이 지사는 사업의 핵심인 보(洑)는 정부 계획대로 건설하고 다만 자전거도로를 줄이는 등 일부분만 고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충북은 4대 강을 건넜다.

 반면 김 경남지사는 며칠 전 사업을 반대하면서도 사업권은 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낙동강 주변 10개 시·군 모두가 사업을 찬성하는데 지사가 혼자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그의 막무가내 행보는 ‘야권 공동정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경남도는 김 지사의 선거 약속에 따라 야 3당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주도정협의회’라는 자문기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소속 김 지사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 데 민주당·민노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쳤던 것이다.

 ‘공동정부’의 구속은 없지만 안 충남지사도 4대 강 사업의 핵심인 보의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이로써 충남도도 사업권을 놓고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금강을 끼고 있는 부여군을 포함해 도내 기초단체장 7명 중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안 지사는 ‘특위결론’을 거론하며 반대를 택한 것이다.

 똑같이 출발한 야권의 지사 3인이 이렇듯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인은 민심을 택했고, 2인은 민심과 헤어졌다. 그중 1인은 ‘공동정부’라는 기형적 족쇄에 묶여 있다. 누가 옳은 것인가. 충남과 경남의 지사가 사업을 반대해도 대체적인 민심이 찬성이므로 결국 4대 강 사업은 완공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국력·시간의 낭비가 있을 것이다. 유권자는 2014년 선거까지 이를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