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기획] 에베레스트 등반 사고자 수습 원정대 14일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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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모랑마 휴먼원정대" 대원들이 지난 1월 22일 한라산 정상에서 혹한 훈련을 하고 있다.제주=오종택 기자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고 하산 중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설산에 매달린 박무택씨. 탈진상태에서 선배 박씨에게 등 떼밀려 하산하다 실종된 장민씨.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후배들을 구하려 사지로 올라갔다 내려오지 못한 백준호씨.

지난해 5월 초모랑마 원정길에 나섰다가 만년설에 갇힌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러 중앙일보사가 후원하는 '초모랑마 휴먼원정대'가 14일 히말라야를 향해 떠난다.

지난달 말 대구 계명대학교 운동장. 7명의 대원이 모여 원정대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 백은 찢어지거나 프레임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트레킹 장비와 식량은 따로 구분하고…." 엄홍길(45.트렉스타)대장의 지휘를 받아 약 4.5t의 식량과 장비를 싸는 대원들은 이마에 구슬 땀을 흘렸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씨를 등반대장으로 하는 이번 원정대는 10명의 등반대원과 중앙일보.MBC 취재진 등 18명으로 꾸려졌다. 엄 대장은 "이번 원정대는 지난해 봄 시즌 초모랑마(8850m) 정상 부근(8750m)에서 숨진 박무택(당시 36세)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때문에 정상 등정 팀과는 달리 특수 장비를 가져 간다"며 " 이를 위해 시신을 운반할 백을 전문업체인 ㈜써미트에서 특수 제작했다"고 말했다.

▶ 14일 네팔로 출발할 "2005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를 이끌 엄홍길 등반대장(右)이 지난달 27일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학교 운동장에서 대원들이 꾸린 짐들을 살펴보며 준비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박 대원의 시신은 약 60도 경사면 바위에 걸려 있어 도르래를 이용해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백씨와 장씨의 시신 위치는 확인되지 않아 8450m로 여기는 실종 추정지역을 직접 수색해야 한다.

이러한 난관이 기다리는 만큼 엄 대장은 등반 대원들을 엄선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지난 1월 말에는 한라산에서 시신을 안전하게 운구하는 훈련을 했고, 지난달 17일에는 네팔에서 사고 당시의 셰르파들을 만나 당시 정황에 대해 세부 정보를 얻었다.

이번 원정대의 단장은 고인경(㈜파고다 아카데미 회장)씨, 원정대장은 손칠규(계명대 OB)씨가 맡았다. 선발대 3명은 지난 7일 네팔로 떠났으며, 본대는 14일 오후 9시 타이항공으로 출국한다.

등반 루트 티베트 쪽 북안부에서 출발, 북동 주능선을 통해 정상을 오르는 루트다.1960년 중국 등반대에 의해 초등됐으며, 매년 봄시즌 가장 많은 등반대가 몰리는 코스다.

원정대는 17일부터 2주일간 네팔 임자체(6189m)봉에서 고소 적응훈련을 마치고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5200m)에는 4월 10일 들어갈 예정이다. 5월 초 현장에 접근한 뒤 약 3주에 걸쳐 시신 수습작업을 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박씨 등은 숨진 지 1년 만에 동료 품에 안기게 된다.

한편 지난 2일 박무택.백준호.장민 대원의 유가족을 찾은 엄 대장은 "장민씨 어머님은 외아들이 춥지 않게 해달라며 손수 뜬 스웨터와 목도리를, 박무택씨와 백준호씨의 부인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번 원정은 대한산악연맹과 계명대학교가 주최하고 트렉스타.파고다외국어학원.파라다이스. ㈜SK.포스코.고어텍스가 후원사로 참여한다.

김세준 중앙m&b기획위원

◆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초모랑마 휴먼원정대' 활동 상황은 week&과 인터넷 중앙일보 휴먼원정대 특집(https://www.joongang.co.kr/chomolangma/)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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