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독점 깨야 하나 반시장적 복지는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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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명박 대통령이 화두로 제시한 공정사회론에 대해 학계 차원의 분석이 이뤄졌다. 28일 보수 싱크탱크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은 중앙일보 후원으로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토론회를 열고 정치·경제 분야에서 공정성의 의미를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화두를 던진 이유를 ‘국민 분열’에서 찾았다.

 안병직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광우병 파동, 천안함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이 너무나 갈가리 찢어져 있다”며 “분열을 수습하기 위해선 공정한 사회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미국에서 공정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던 때는 반전·반핵 운동이 벌어졌던 1960년대”라며 “우리 사회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가 오히려 심각한 의혹의 대상이 될 만큼 공동체 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이론을 제시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공정한 정치질서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한국 정당은 소수 실력자에게 권력이 독점돼 있는 상황이어서 정상적 절차를 밟아 국회의원이 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정치 개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유권자에게 선출권을 부여하는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해야 정당한 정치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는 “한국에선 정당 자체가 근대화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며 “원내 정당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비례대표 비중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사회복지 문제를 경제적 공정성의 관점에서 다루는 걸 경계했다. 이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공정성이란 결국 재산권 보호의 문제”라며 “시장의 소득분배는 거래 당사자들이 합의한 가격에 의해 결정되므로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인 사회복지제도가 반시장적으로 전개되면 오히려 경제적 공정성을 무너뜨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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