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경남·충남·충북’ 넉 달 끌어온 4대 강 싸움…결국 법정으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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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건설되는 16개 보(洑) 가운데 처음으로 완공된(6월 29일) 충남 연기군 금강 금남보. 보를 설치하기 전 160m였던 강폭이 450m로 늘어났다. 또 초당 30t의 물이 흐르는 데 그쳤던 이곳은 금남보 가동으로 현재는 초당 133t의 물이 흐른다. [조문규 기자]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1년 만에 분수령에 섰다.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일부 야당 단체장이 지난 26일 반대 입장을 최종 확인했다. 이어 27일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과 함께 4대 강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역풍을 만난 정부로선 중대 결심의 기로에 서 있다. 날 선 공방의 장에서 서로 얽혀 있는 지자체와 정부, 민주당의 입장을 들여다본다.



정부는   사업권 즉각 회수해도 문제 없어 … “최대한 빨리 결론”

“김두관 경남지사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국토해양부 고위 간부의 얘기다. 경남도가 27일 “보 설치와 준설을 반대하지만, 사업권은 반납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한 것에 대해서다. ‘보와 준설 반대’를 통해 정치적 명분을 챙기고, 사업권은 돌려주지 않겠다고 해 실익도 놓지 않겠다는 주장이란 거다.

 국토부는 6·2 지방선거 이후 경남도와 충남도 등 일부 단체장이 4대 강 사업 반대를 주장하자 7월 “사업 계속 추진 여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었다. 애초 국토부 입장은 명확했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 강 사업은 국가 사업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편익과 지역 업체 참여 배려 등을 위해 대행을 맡겼다는 거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사업 시행을 거부할 경우 회수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이날 “낙동강 사업 중 경남도 대행사업에 대한 사업권 처리방안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사업권 회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이재붕 부본부장은 이날 “설득을 통해 경남도가 계속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사업권을 회수하는 방안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김 지사와 경남도가 ‘피해자’로 비치는 것을 꺼린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재 김 지사는 4대 강 반대라는 명분과 지역 주민의 실익 사이에 끼여 이도저도 못하는 상태”라며 “사실상 국토부가 사업권을 회수해가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남도는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구간의 기초단체는 4대 강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남도가 반대하는 곳은 사업 대상에서 빼버리자는 강경론도 나온다. 이를 테면, 김 지사의 지시로 전체 공구 중 유일하게 사업 발주조차 안 된 47공구를 빼고 공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4대 강 사업이 끝나면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곳은 다른 곳에 비해 눈에 띄게 낙후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될 거란 논리다. “막상 사업이 철회되면 이른바 ‘선수’들은 빠지고 남게 된 지역 주민들의 허탈감이 커질 것”이란 얘기다.

 경남도가 사업권 회수 시 소송 의사를 밝힌 점 또한 걸림돌이다.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 기간은 늘어지고 논란만 커질 수 있다. 다만 “쌍방 협의 하에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협약서 내용에 근거해 일방적으로 사업권을 되가져갈 수 없다는 경남도의 주장과 관련해선 “업무 대행 협약은 지방의 편의를 위해 나눠준 것으로 ‘기브 앤드 테이크’를 원칙으로 하는 일반 민사계약과 성격이 다르다”(이재붕 부본부장)는 입장이다.

 경남도가 제안한 ‘낙동강 사업 조정협의회’ 구성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실질적 진전을 기대할 수 없고 시간 끌기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현재 경남도가 대행하고 있는 13개 공구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이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명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글=권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지자체는  경남, 도는 반대하지만 산하 18개 시·군은 모두 사업 찬성

경남도의 입장은 4대 강 사업 반대다.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남도 내 모든 기초자치단체와 경북과 대구는 찬성이다. 한강과 영산강이 관통하는 경기와 전남도 사업 찬성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27일 “낙동강 사업에 있어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가꾸기’와 홍수 예방, 강변 저류지 조성 등에 대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강제로 회수한다면 그때 가서 (소송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사업 구간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는 데다 불법폐기물 매립 현장이 발견돼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지, 경남도가 행정적으로 태업을 해 지연된 건 아니어서 도의 귀책사유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협약서에는 예산 사정 등의 사유와 양측의 합의하에 협약을 해지할 수 있지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경남도가 체결한 협약서 22조(대행협약변경)는 ‘천재지변, 전쟁, 기타 불가항력의 사유, 예산 사정 등 국가시책 변경으로 사업의 계속 수행이 불가능할 때, 기타 사정으로 쌍방이 계약을 해약 또는 해지하도록 합의하였을 때 대행협약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도는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할 경우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경남도의 입장과 달리 낙동강을 낀 8개 시·군 등 도내 18개 시·군은 낙동강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 경남시장·군수협의회(회장 박완수 창원시장)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경남도가 시·군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반대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며, 정부의 중단 없는 사업 추진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4대 강 보 건설이나 준설에 대해 원론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대 강 재검토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종민 충남도 부지사는 “충남도가 위탁 받은 사업구간에는 보나 준설이 없기 때문에 사업권 회수나 반납 논란이 일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25일 4대 강 특위는 그동안의 조사 끝에 “공주·부여 지역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은 백제 역사 유적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정밀 재조사와 사업계획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충북도 4대 강 사업 검증위원회는 “대형 보와 대규모 준설은 재검토·조정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있는 사업은 조정·보완을 통해 추진토록 (이시종) 도지사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반 논란이 있는 사업의 경우 방향을 수정해 추진하고 전체적으로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창원·대전=황선윤·김방현 기자



민주당은  박지원 “4대 강 반대 국민운동 하겠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7일 “민주당은 시민사회, 종교계 등과 논의해 왔던 4대 강 대운하 사업의 반대운동을 국민과 함께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국회에 4대 강 검증 특위를 구성해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해 보라고 요구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제 (4대 강 검증) 특위가 구성된다 해도 실효성이 없다”며 특위 구성도 배제했다. 그동안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4대 강 검증 특위 구성을 여당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반대운동을 언급한 것은 4대 강 국민투표와 장외투쟁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4대 강 예산은 ‘서민예산 블랙홀’”이라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한마디로 4대 강 대운하 사업의 강행 의지만 있는 허울뿐인 서민예산인 만큼 이런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했다. 이어 “4대 강 사업비 22조2000억원 중 8조6000억원을 절감해 민생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35분의 연설 시간 동안 ‘4대 강’을 28번이나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누차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며 “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했던 실용주의 정신으로 돌아와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북 쌀지원 실시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 ▶햇볕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 권익을 적극 대변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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