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억지 … 이산상봉 협상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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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적십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대한적십자사 김용현 사무총장(왼쪽)과 대표단이 27일 북한 개성시 자남산 여관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떠나고 있다. 회담은 북한 측의 쌀·비료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로 합의 없이 끝났다. 남북 양측은 다음 달 25일 다시 회담을 열기로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적십자 회담이 북한의 무리한 대북 지원 요구와 금강산 관광 재개 압박으로 결렬됐다. 양측은 27일 이틀째 회의에서 대한적십자사가 전날 기조발언에서 제안한 상봉 규모 확대와 고령자 고향 방문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논의를 계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날 남측에 요구한 쌀 50만t과 비료 30만t 지원에 답을 달라며 버텼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용현 한적 사무총장은 “인도적 차원을 넘어선 대규모 지원은 남북 당국 간에 다룰 문제”라는 입장을 북측에 밝혔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은 쌀·비료가 지원돼야 이산가족 상봉이 풀린다며 대북 지원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당국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은 “흩어진 가족의 상봉을 정례화하려면 장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북 관계 경색의 빌미로 지난 4월 일방적으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몰수하겠다고 밝힌 뒤 폐쇄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제안하면서 면회소를 열려면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북 양측은 다음 달 25일 회담을 다시 열기로 했다. 회담 관계자는 “30일 시작될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치른 뒤 양측이 다시 만나 상봉 확대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문제 등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 인도적 문제에 소극적”=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7일 “천안함이 피격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장관은 세종연구소 국가전략포럼에서 “출구의 열쇠는 문제의 장본인인 북한에 있음에도 북한은 그 책임을 외부 세계에 떠넘기며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한반도) 정세 변화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외면하고 있으며 인도적 문제에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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