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존스, 네 약점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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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이젠 막을 수 있어."

'단테 존스(애칭 DJ) 돌풍'을 저지하려는 경쟁팀들의 묘안이 익고 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바지. 느닷없이 나타나 안양 SBS의 14연승을 이끌고 있는 그를 잡는 게 나머지 9개 팀의 가장 큰 숙제로 던져진 상황이다. 그를 막지 못하면 팀당 한두 경기씩 남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나아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다. 경기 외에 팀의 자존심들도 걸려 있다.

존스가 지난달 5일 국내 코트에 처음 선 지 한 달여. 속수무책이던 경쟁팀들에 최근 희망이 나타났다. 서울 SK의 이상윤 감독이 먼저 보여줬다. 지난 6일 SBS와의 경기에서 86-90으로 지긴 했지만 SK는 30점 안팎을 넣던 존스를 22점으로 묶었다. 그러면서 경기종료 1분여 전까지 86-86으로 팽팽히 맞섰다. 22점은 존스가 한국에 와서 넣은 최저점수. 만약 크리스 랭의 막판 덩크슛이 림을 튕겨나가지 않았더라면 SBS의 연승행진을 막아낼 수도 있었다. 각 팀들은 그날의 SBS-SK전 비디오 테이프를 중요하게 분석 중이다.

◆"시곗바늘 방향으로만 돈다"

이상윤 감독이 주목하는 부분은 존스가 수비수의 밀착마크를 받을 때의 공격습관이다. 주로 3점슛 라인 부근에서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골대를 노리다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뒤로 젖히며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 슛'이 늘 같은 패턴으로 이뤄진다는 것. 오른발을 축으로 반드시 시곗바늘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는 분석(사례1)이다. 그 반대로, 즉 왼발을 축으로 해 시곗바늘 반대방향으로 도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전창진 TG삼보 감독도 이와 똑같은 분석을 한다.

이상윤 감독은 존스의 점프가 워낙 높고 손목 스냅도 좋지만 순간적으로 두 명이 에워싸는 더블팀을 하면 그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6일 경기에서 SK는 이런 수비방식으로 몇 차례 존스를 묶었다. 경기 종료 50초 전 프리맨을 앞에 두고 터닝하는 존스를 임재현이 뒤에서 막아 볼을 가로챈 것이 대표적(해법1)이다.

◆골밑 돌파하다 깜짝 점프슛"

김진 대구 오리온스 감독은 다른 해법도 내놓았다. "존스는 골밑에서 공을 잡고 한두 번 드리블을 하지만 돌파보다는 점프슛을 쏜다. 그 적중률이 80%가 넘는다"(사례2)는 분석. 김 감독은 "따라서 수비수는 돌파에 대비하기보다 점프슛을 막을 준비를 하고, 주위의 선수가 도움을 주면 된다"(해법2)고 설명했다. 이상윤 감독은 "존스가 골밑으로 드리블을 시작할 때 겹수비를 하면 슛을 막을 수 있다"고 같은 시각을 보였다. 전창진 감독은 의견이 다르다. 전 감독은 "존스는 시야가 넓고 패스능력이 좋아 오히려 더블팀을 하면 김성철이나 양희승에게 노마크 슛찬스가 난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9일 'DJ 해법' 시험대

어쨌거나 단테 존스에 대한 분석은 상당히 깊숙이 진행돼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무궁무진한 상황이 순간순간 달리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에서 수학공식 같은 해법이 꼭 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NBA에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막으려던 경쟁팀들의 온갖 연구와 노력이 왜 허사로 돌아갔을까. '존스 해법'의 첫 시험대는 9일 SBS와 전주 KCC의 경기다. SBS의 15연승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지난해 챔피언이자 올 시즌 2위팀인 KCC가 드디어 묶어버릴 것인가. 상황은 점점 재미있게 굴러가고 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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