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자 33면 '중앙일보를 읽고'난에서 '극한투쟁 벌인 지율스님 단식에 씁쓸했다'는 독자 의견을 읽었다. 천성산에 터널을 뚫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등의 의문을 제기하고 단식투쟁을 '알박기'에 비유한 내용이었다. 나 역시 지율스님이 전개한 것과 같은 극한투쟁 방식이 보편화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율스님의 단식이 개발옹호론자인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 세대가 향유하는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 스님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땅도, 도롱뇽도 아닌 바로 우리 후손이 누리게 될 미래라는 점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이제 천성산터널이 뚫릴지, 혹은 우회할지 알 수 없지만 후손에게 한 가지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우리가 미래세대의 환경을 위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많이 고민했고, 대규모 국책사업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이 따져보았다는 것이다.
김영아.전남 순천시 순천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