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서식지에 …" 폐기물 처리장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제202호)와 재두루미(제203호) 서식지에 폐기물 종합처리장 조성이 추진되면서 환경단체와 지자체 간에 마찰이 일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은 180여억원을 들여 철원읍 율이리 10만여㎡ 부지에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을 올 상반기 중 착공해 내년 10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인 맑은연천21 이석우(47) 사무국장은 "최근 폐기물 종합처리장 예정부지 반경 2km 지역의 생태환경을 조사한 결과 두루미와 재두루미 100여 마리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희귀 철새의 집단 서식지를 지자체가 보호는 못할망정 그 한복판에 매립장과 소각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폐기물 종합처리장 조성 계획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곳 논밭과 하천에는 지난해 겨울에도 50여 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시베리아와 일본 등지에서 날아와 겨울을 났다.

철원군 측은 "자체 생태조사 결과 해당 지역은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소규모로 잠시 머물기는 해도 월동지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연천군 지역에 대한 환경피해 여부도 조사했지만 미미한 영향만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처리장과 인접한 경기도 연천군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천군은 문제의 폐기물 종합처리장 예정지가 철원군과의 경계에서 1km, 도립공원 지정을 추진 중인 관광명소 고대산에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고대산(해발 832m)은 북한 지역이 보이는 데다 산세가 수려해 연간 30여만 명이 다녀가는 수도권의 등산 명소"라며 "이 일대에 관광레저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근처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설 경우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이에 따라 다음주 중 자체적으로 환경성 조사 용역을 발주, 연천군에 끼칠 수 있는 예상 피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철원군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철원군은 "하루 최대 40t 처리 규모의 첨단 침출수 정화시설을 갖추기 때문에 하천 오염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천.철원=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