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금지항목만 빼고 모두 허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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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재 보육시설은 원칙적으로 1층에 만들어야 한다. 비상사태 때 영·유아들이 신속히 대피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라도 3층까지만 가능하다. 그래서 3층 이하에 보육시설을 짓기 어려운 도심 사업장은 다른 건물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적절한 비상 대피시설을 갖추면 4층 이상에 보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하고 기업 활동을 옭아맸던 각종 규제들이 대폭 풀어지거나 완화된다. 법제처는 26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국민 중심 원칙 허용 인허가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영리·정치·종교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서 원칙적으로 기부금품 모집이 허용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선 정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는 한국전쟁 직후 ‘멸공구국운동’ 등 이름으로 성행하던 기부금품 모집행위의 폐단 때문에 도입됐다. 기부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여론에 따라 2006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다. 또 학교 시설 건축의 경우 앞으로 20일 내에 승인 여부에 대한 통보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승인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먹는 해양 심층수 인허가 기간도 60일에서 20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당 약 2억원의 추가 생산(하루 2000t 기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방안의 특징은 정부의 인허가 제도 원칙을 ‘원칙 금지, 예외 허용’(포지티브 방식)에서 ‘원칙 허용, 예외 금지’(네거티브 방식)로 확 바꿨다는 것이다. 그동안 규제는 대부분 법령이 허용한 행위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포지티브 방식은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체 인허가의 99%가 포지티브 방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최소한의 금지사항만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법제처는 372건의 법령을 선정해 내년 말까지 해당 법령을 고칠 계획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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