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 요즘… 와인의 향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대형 할인점 업계가 전문 와인숍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문을 연 양재점을 비롯, 지난해 새로 개장했거나 재단장한 6개 점포에 전문 와인숍을 만들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부터 차례로 전 점포에 와인 매장을 재정비해 지금은 모든 매장에 전문 와인숍을 갖췄다. 또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수퍼익스프레스 분당 수내점은 전체 150평 매장 면적 중 3분의 1을 와인숍으로 꾸미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개장한 김해 장유점.양산 웅상점 등 네 곳에 와인숍을 차렸다.


전문 와인숍은 세계 각국의 와인.와인잔.치즈 등 와인 관련 상품을 파는 특화 매장. 기존에는 주류 판매대에서 여러 주류와 와인을 함께 놓고 팔았지만 와인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와인 전문 매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할인점 와인시장은 지난해 전체 와인시장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할인점들이 이처럼 와인숍 내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문 와인숍이 있는 할인점에선 복합 주류 매장을 가진 할인점보다 와인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분당점의 경우 월 평균 와인 매출이 3000만원 정도였으나 와인숍으로 바꾼 뒤 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와인숍이 있는 점포에선 그렇지 않은 매장보다 20~30% 더 팔린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이호현 와인구매담당은 "와인은 매년 매출이 30% 이상 늘어나는 효자상품"이라며 "새로 개장하는 점포와 재단장하는 점포들에는 모두 별도의 와인숍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인점 와인숍의 와인 종류는 200여 종으로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점보다 선택의 폭이 작다. 그러나 할인점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점만큼 구색을 갖추기 위해 상품 종류를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최인정 와인담당바이어는 "할인점 와인숍은 백화점이나 와인 전문점보다 가격이 20~30% 싸고, 와인 초보자들도 편하게 고를 수 있는 값싼 와인 종류가 많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와인숍을 둔 할인점들은 단순히 와인을 진열.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와인 도우미를 두고 소비자에게 맞는 와인을 골라 주기도 하고, 와인마다 맛.품종과 어울리는 음식을 표기한 설명서를 부착하는 등 와인 애호가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할인점의 와인숍 경쟁은 와인이 기존의 '고급' 이미지를 벗고 대중적인 술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