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셋이 빠졌는데도 꽉 차 보이는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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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농구 득점 1위 삼성의 애런 헤인즈. 삼성은 주전 3명이 대표팀으로 빠졌는데도 헤인즈의 득점력을 앞세워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중앙포토]

삼성의 ‘헝그리 정신’이 무섭다. 주전 세 명이 한꺼번에 대표팀으로 빠져나갔는데도 공동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삼성은 시즌 4승1패로 전자랜드·KT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19일부터 이정석·이규섭·이승준이 대표팀에 차출된 삼성은 ‘차·포·마’를 떼고 장기를 두는 셈이다. 그러나 20일 SK에 79-84로 진 후 23일 모비스, 24일 LG를 차례로 꺾었다.

 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봄 이상민이 은퇴했고, 대표 선수 세 명까지 빠져나가자 20일 경기부터는 엔트리가 모자랄 정도다. 삼성은 최근 경기에 엔트리 12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11명이 나서고 있다. 삼성의 정성술 홍보부장은 “창단 이후 엔트리를 못 채운 건 처음이다. 안준호 감독이 경기 도중 선수를 바꾸려고 벤치 쪽을 돌아봤다가 한숨만 쉬면서 다시 앞을 보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전이 대거 빠지고도 조직력과 스피드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가 득점 1위(평균 31.60점)를 달리며 공격을 이끌고 있고, 모비스를 상대로는 올 시즌 팀 최다득점인 118점을 몰아쳤다. 종전의 삼성이 노련함을 앞세운 느린 팀이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빠르고 화끈해졌다. 삼성은 경기당 평균 90.8점의 공격 농구를 앞세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의 핵 헤인즈는 2년 전 삼성에서 뛴 적이 있어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 여기에 베테랑 강혁(34·1m85㎝)이 2대2 플레이에 능해 헤인즈를 이용한 공격을 잘 이끌고 있다.

 ‘식스맨 트리오’의 활약도 돋보인다. 가드 이원수와 포워드 차재영은 성실하고 근성 있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김동욱은 끈적한 수비가 특기다. 이들이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로 삼성의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차재영이 공격, 김동욱이 수비를 맡아 역할분담도 확실하다. 김동욱은 “선수가 많이 빠져 공격에도 욕심을 내고 있지만, 난 수비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재영·김동욱은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이 될 정도로 잠재력이 컸다. 그러나 그동안 선배들에게 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그동안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게 선두 비결”이라면서 “비시즌에도 대표 선수들이 빠져 현재 멤버 위주로 훈련했기 때문에 조직력이 잘 다져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27일 동부, 29일 KT와 맞붙는다. 상승세를 이어갈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인터뷰 때마다 사자성어를 즐겨 쓰는 안 감독은 현재 삼성의 상황을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고 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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