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1 1위 알론소 ‘머신심장’ 걱정에 심장이 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가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질주하는 모습. F1은 한 시즌 동안 머신 한 대당 엔진 8개만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알론소는 지난달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여덟 번째 엔진을 달아 향후 엔진을 바꾸면 벌점을 받는다. [영암 AP=연합뉴스]

‘엔진을 지켜라’. 포뮬러원(F1)에 떨어진 특명이다. F1은 드라이버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머신의 성능도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분당 회전수(rpm)가 1만8000번에 이르는 8기통 2400cc 엔진은 괴물 자동차의 심장이다. 24일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눈앞에 둔 제바스티안 페텔(23·레드불)이 종반에 도중하차한 것도 엔진 고장 때문이었다.

 ◆시즌 챔피언은 엔진 고장 여부가 판가름=2010 시즌 챔피언은 앞으로 남은 두 대회에서 결정된다. 시즌 막판 가장 큰 변수로 엔진이 떠올랐다. 누가 엔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는가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올해부터 머신 한 대당 한 시즌(19개 대회) 동안 엔진 8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8개를 초과해 엔진을 교체하면 결선 출발 순서가 10계단이나 밀리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우승이 절실한 드라이버에겐 치명타다.

 이번 코리아 그랑프리를 통해 페르난도 알론소(29·페라리)가 시즌 종합 점수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엔진 사용 현황을 고려하면 마크 웨버(34·레드불)의 역전 가능성이 상당하다. 알론소가 14라운드 이탈리아 대회부터 여덟 번째 엔진을 썼기 때문이다. 더 이상 여분이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알론소는 17라운드 한국 그랑프리에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달렸다. 최고 속도는 301.5㎞(8위)에 그쳤고, 1.2㎞ 직선 구간이 놓인 1구역 랩타임은 233.9㎞(11위)까지 떨어졌다.

 온대호 KBS 해설위원은 “알론소는 평소와 달리 상대를 압박하지 않았다. 경쟁자들이 나가떨어져 우승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2위로 달리던 웨버는 초반 사고로 경기를 포기했다. 페텔은 46바퀴째까지 선두로 달리다 엔진이 고장나 서버렸다. 알론소가 우승한 뒤 “운이 좋았다”고 한 건 경쟁자들의 탈락과 고장나지 않은 엔진, 두 가지를 뜻한 것이었다.

 ◆알론소 엔진이 막판까지 버텨줄까=알론소의 팀 동료 펠리페 마사(29·페라리)는 15라운드 싱가포르 대회에서 아홉 번째 엔진을 사용했다. 예선에서 머신 고장으로 최하위로 떨어진 게 계기가 됐다. 페널티를 받아도 더 떨어질 자리가 없어서 실제로는 벌점을 받지 않은 것과 같다.

 하지만 알론소가 남은 두 대회에서 새 엔진을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선에서 10계단 강등 벌점을 받으면 우승은커녕 10위 안에만 주어지는 점수를 따기도 버거워진다. 문재수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엔진 교체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교체 가능성은 제로다”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새 엔진을 쓰지 않는 것도 모험이다. 18라운드 브라질 대회와 19라운드 아부다비 대회의 서킷은 긴 직선 구간과 중·고속 코너가 배치돼 있어 100%의 출력을 내야 한다. 현재 알론소의 엔진은 최대의 성능을 낼지도, 완주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문재수 해설위원은 “엔진 한 개로 세 개 대회까지 버틸 수 있다. 2~3개 대회마다 한번씩 엔진을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알론소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 두 대회 다 엔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2위 웨버는 한국에서 여덟 번째 엔진을 처음 썼다. 게다가 두 바퀴만 돌고 기권해 소모도 크지 않았다. 두 대회 정도는 제대로 된 출력을 낼 수 있다.

김우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