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칼럼] 주소 옮겨 온 장모 때문에 양도세 물게 된 30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중앙포토]

세무사 사무실을 찾아 재산관련 상담을 하는 고객 중엔 여러 유형이 있다.

 법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논리를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인터넷 등을 두루 섭렵한 뒤 사무실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세무사는 상황에 맞게 차분히 설명해 주고 이해를 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전문가의 설명을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집이 경매로 넘어 갔는데 세금 내라니

“아니 국가가 내 땅을 강제로 가져가는데 왜 세금을 내야 되나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내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네요.” 이렇게 세무사에게 따지듯 묻는 분들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세법은 아직 먼 별나라의 세계인 듯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사업을 위해 강제로 수용하는 경우, 채무 변제를 할 돈이 없어 부동산으로 대물 변제를 하는 경우, 채무변제를 하지 못해 경매로 부동산을 날리는 경우 등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세금을 낸다는 것은 너무 억울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 규정이 그러니 어찌하나?

 부동산 등 재산처분으로 과세하는 양도소득세에서 말하는 양도란 유상 대가가 있는 재산의 이전을 말한다. 즉 부동산 등을 이전하고 돈을 받든지 빚을 면제받든지 당초 취득가액보다 매도가액이나 경매가액 또는 채무변제가액이 더 크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내가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빚 갚으려고 처분했다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다.

 법 논리가 아닌 일반인의 논리로 보면 경매당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양도소득세까지 납부하여야 한다니 분통터지는 일이다. 내가 세법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동일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은 해 본다.

 그렇다고 부동산 매도시 모두가 세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당초 취득가액보다 싸게 팔아서 손해를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 한다면 가만히 있을 국민은 없다. 이익이 발생했을 때, 즉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때 세금을 납부한다.

 이익이 발생하였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1세대 1주택 비과세다. 국내에서 1세대가 1주택을 3년 이상 보유(서울 등 특정지역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당해 주택을 양도시 비과세 한다.

이 경우 1세대의 요건을 간단히 설명하면,

 (1)거주자 본인과 배우자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함께 구성하는 세대를 말한다.

 (2)배우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나 다음 경우는 예외이다. ▶30세 이상이거나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혹은 이혼하여 혼자인 경우 ▶최저생계비 이사의 소득이 있으면서 주택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다.

 예외규정이 있지만 원칙은 결혼을 해서 배우자가 있어야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일반 서민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의 안정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조항으로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은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비과세하지 않는다.

주택 소유한 장모도 한 가족으로 간주

그러나 법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고 주의해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린 두 자녀와 부인이 있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A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위해 세무사를 방문했다. 아파트를 매도하였는데 이미 매수인에게 명의이전을 했고 1세대 1주택으로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사전지식을 가지고 세무사에게 양도소득세 신고를 의뢰했다. 기본적으로 1세대 1주택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법상 비과세란 표현을 사용하며 국가도 과세권을 포기하고 납세자도 신고의무가 없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을 하다 보면 예측치 못했던 사실들이 나타났다.

 “주민등록상 동일세대에 다른 주택을 갖고 계신분이 없으시죠?”라는 질문에 뜻하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잔금받기 20일 전쯤에 주택을 갖고 있는 장모님 주소를 우리 집 주소로 옮겨 놓았는데요.”

 장인 사망으로 장모가 혼자 사시는 게 안타까워 약 1년 전부터 같이 살게 되었고 주소는 최근에 이전했다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민등록을 이전함에 따라 장모님은 A씨와 동일 세대원이 됐고 양도일 현재 1세대에 2주택이 되는 상황이 발생됐다. 실질 내용상 장모가 동거하면서 동일세대를 구성했어도 양도일까지 주민등록을 옮겨놓지 않았다면 세무서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비과세 처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젠 주민등록상 명백히 1세대 2주택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노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합가하는 경우는 2주택이라도 비과세를 받을 수 있지만 연령기준(60세 이상)이 있어 연령기준 보다 젊은 장모는 이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도 젊은 장모가 문제가 된 경우다. 우리 장모가 조금만 연세가 더 드셨으면 하고 한탄해도 소용이 없다. 외형상 비과세 요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 규정을 몰랐기 때문에 양도 직전에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잘못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을 수천만원 이상의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주민등록상 동일 세대원이 2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3년 이상 된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잔금일 직전에 다른 주택소유자의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 놓으면 1세대 1주택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물론 배우자나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 등의 경우는 별도세대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동일세대가 되어 여전히 2주택인 상태로 과세가 되므로 소용이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절세방법을 찾아라

이렇게 조금만 주의하면 세금을 내지 않거나 훨씬 적게 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검토 없이 부동산을 양도함으로써 많은 세금부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재산처분은 수억대의 현금이 수반되는 거래임으로 사전에 준비하고 상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무전문가의 사전 상담을 거쳐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세법은 매년 바뀐다. 매년 변하는 세법을 쫓아가기는 전문가인 세무사도 벅차기 그지없다. 하물며 일반인들이 세법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법을 몰랐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말할 순 없다. 국민은 법을 지켜야 한다.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함에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이 세금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피할 수 없다면 가능한 세금을 적게 납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세법은 지키면서.

김혁 세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