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교육] 학교는 지금 선거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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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주가 지났다. 곧 학교마다 학급 회장과 전교 학생임원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는 학생 스스로 학교와 학급을 운영하기 위한 임원진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습기회가 된다. 선거를 통해 학생 자치와 리더십에 대해 공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학생들의 선거가 자칫 학부모의 대리전이 되거나 혼탁양상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와 부모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더 많다. 선거를 통해 아이들의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달라진 임원선거=공부만 잘한다고 학급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던 것은 이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교사가 학급 회장 후보 등을 정해주는 것도 이젠 상상할 수 없다.

요즘은 원하면 누구나 학급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후보로 신청을 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1.2차 투표 등을 거쳐 학급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다.

공약과 출마의 변 등을 밝히는 정견 발표도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이야기.

김경애 태릉초등학교 교사는 "봄방학 때부터 연설문을 만들어 연습하는 아이도 있다"며 "또래들 사이에 인기 있는 유행어 등에 자신의 공약이나 의견을 더해 기발한 정견 발표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거 관리도 철저하다. 학급회장 선거는 담임선생님이 도장을 찍거나 사인한 투표용지만 인정한다. 전교회장 선거의 경우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정해진 기간 중 피켓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교내 방송으로 유세를 하거나 강당에서 연설회를 열기도 한다. 선거운동원 숫자도 제한된다.

◆선관위를 이용하세요=선거와 관련한 대표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학교의 선거를 돕기 위한 '학교선거도우미'서비스(1588-3939)를 운영하고 있다.

투표함이나 기표대 등 선거 관련 물품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 후보자 및 선거도우미 교육과 선거에 관련한 강의도 해준다.

이번 학기에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비롯한 선거 절차와 함께 학부모와 교사의 자세 등을 담은 '모범선거 길라잡이'라는 CD를 제작, 학교에 배포했다. 중앙선거관리위 홍보과 홍진영씨는 "선거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자신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하고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약.연설문 이렇게=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이를 정확히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을 만들 때는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고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자신과 친구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하도록 부모와 교사가 도와줘야 한다.

연설문을 쓸 때는 형식적인 말을 피하고 친밀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출마한 이유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호와 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부모 대리전 되지 않게=부모의 관심이 지나치다 보면 선거가 과열돼 일반 선거처럼 혼탁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선물을 주거나 생일파티 등을 빙자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이들 힘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부모끼리 경쟁이 붙어 선거 벽보를 광고대행사에 맡기거나 연설문 등을 대필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아이 교육을 망치는 전형적인 사례다. 자녀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공약을 짜내고 포스터와 피켓 등을 만들도록 하자.

또한 남을 비방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교사와 부모가 따금하게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일선 교사들은 충고한다.

김경애 교사는 "나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면 부모가 굳이 물량 공세 등을 하지 않아도 당선된다"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더 현명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연설문은 이렇게 써보세요

▶인사말

-형식적인 말은 피한다

-인상 깊고 박력있게 말할 수 있는 용어을 고른다

-청중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는 자기 소개를 곁들인다

▶출마의 변

-출마한 배경과 입장을 진솔하게 밝혀 공감대를 만든다

▶공약 제시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바라는 것을 생각해 실현성 있는 것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제시하면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맺음말(마지막 지지 호소)

-승리를 확신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는다

-기호와 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문구 등을 담는다

***연설 잘하는 방법 10가지

1. 서두를 힘차게 시작한다

-자기만의 슬로건이나 유머스러운 인용구로 청중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2. 일화.실례.증거를 많이 사용한다

-청중에게 직접 연관되고 연설의 흐름을 돕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한다

3. 알기 쉬운 말을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 짧은 문장, 반복, 질문 등을 사용한다

4.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해 똑같은 메시지라도 훨씬 강한 인상을 준다

5.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말한다

-연사가 마지못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감동받을 청중은 없다

6.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 사람들은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7. 활기차게 말한다

- 연사가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데 졸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8. 진지하게 말한다

-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진지하게 한다.

9. 자신있게 말한다

- 자기가 말하고 있는 내용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10. 청중에게 골고루 시선을 준다

- 허공이나 원고에 시선을 고정시키거나 한쪽만 쳐다보는 것은 금물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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