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목민 시대의 미래전략과 세계전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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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31면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빠른 적이 없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세계의 범위가 좁아진 적 또한 없었다. 나라 사이의 관계가 복잡해졌다. 먼 대륙의 아득한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전 지구에 전달되는 시대다. 우리를 지배하던 세계의 변화가 빠른 만큼, 우리도 빨리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다 큰 그림으로 세계를 조망하며, 보다 먼 시선으로 미래를 기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의 단극질서가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이제 새로운 양극화 체제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팍스 아메리카나’가 팍스 시메리카나(Chimericana)로 바뀌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북반구에 있는 태평양 주변국들을 마치 세계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는 제한적 식견에 해당한다. 옛날의 서구 중심주의적 견해가 범하던 오류를 똑같이 범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아 세계는 다극화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의 가장 강력한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을 필두로 세계 최대의 인구와 세계 최장의 문화역사 그리고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 그러나 유럽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고, 세계의 한 축을 형성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자원대국이자 이슬람 문명권을 형성하고 있는 중동의 제국(諸國), 중국과 필적할 만한 경제대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 이제 어느 나라의 뒷마당도 아닌 라틴아메리카 경제권, 또 다른 자원대국이자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아프리카. 이들이 저마다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로선 과거의 경제발전 결과에 스스로 심취돼 주변 대국들만 상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대단히 편중돼 있다. 지도층의 많은 인사가 미국 중심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이른바 ‘친미적 인사’에 대한 저항의식에서 북한과 중국에 시야를 고정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을 비롯한 주요한 지역에 대한 의식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세계전략은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균형된 시각으로 보아야만 올바르게 펼쳐질 수 있다. 우리의 미래전략도 세계전략과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우리는 더 먼 미래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한 세계의 문명 변화는 산업사회적 질서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 산업사회에서 큰 힘을 행사해온 금융, 미디어, 문화와 콘텐트산업, 과학기술, 그리고 에너지와 자원 등 여러 부문도 정보기술(IT)과의 융합을 통해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2030년 이후 이들 부문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하고, 그에 맞춰 합당한 전략을 세운다면 우리는 다극화된 미래사회에서 하나의 주역국가로서 제 몫을 담당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세계를 무대로 미래사회의 중심 부문에서 활동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문명사적 변화는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러했듯 커다란 사회적 진통을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조직 노동(organized labor)은 전형적인 산업사회에 있었던 일의 조직 방식이다. 대단위 사업장에 취업해야 노동하는 줄 알았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나뉘어졌다. 이렇게 취업하는 방식이 노동의 중심으로 있는 한‘고용 없는 성장’은 피할 수 없는 굴레가 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일하는 기본방식은 취업이 아니라 창업이며, 한자리에서 노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옮겨가며 일하는 방식이 주가 된다. 그래서 ‘신(新)유목민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문제는 세계전략과 미래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 옛날 미국이 세계 각지에 자국의 청년들을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보내 사회봉사활동을 펴게 했듯 우리도 젊은이들을 평화봉사단으로 파견해 한국문화를 알리고 세계인들과 더불어 세계를 경영하는 식견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인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목민 근성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좁은 국내에서 몇몇 대기업이나, 최근 취업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신의 직장’ 공기업에 들어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선 곤란하다. 그것이 아니라도 세계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광대한 천지가 존재한다. 우리의 블루오션은 이렇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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