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법 통과 후유증] 박세일 의원 거취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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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반발해 온 박세일 의원이 4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박 의원의 사퇴서가 처리되면 당내 반발이 더욱 거세져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 의원이 제출한 사퇴서는 국회법(135조)에 따라 처리된다. 회기 중에는 본회의 표결로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된다.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이 승인하면 바로 의원직을 상실한다. 회기 중이 아니기 때문에 멕시코와 미국을 방문 중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13일 귀국하면 수리 여부가 결정된다.

김 의장이 사퇴서를 곧바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관측했다. 사퇴서 수리가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폐회 중 사퇴서를 처리할 때 소속 당 대표의 의견을 듣는다.

그런데 현재 박근혜 대표는 박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는 입장이어서 김 의장이 처리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3년 9월 25일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나,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 및 결재를 하지 않아 2004년 5월 29일 16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처리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사퇴 의지가 강한 박 의원이 다른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박 의원의 측근은"비례대표 의원은 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다"면서 "처리가 안 되면 탈당계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퇴서를 제출한 뒤 지방으로 잠적한 박 의원은 보수진영 내 대표적 개혁인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4년 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역임했다.

2002년 대선 직후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국정운영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 후 박 의원은 17대 총선 때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입당해 박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을 맡아 박 대표와 밀월관계를 구축했으나, 행정도시특별법 처리를 놓고 갈라섰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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