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슈] “신한은행 차명계좌 한때 2000개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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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한은행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한때 2000개를 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신건 의원은 “1982년 신한은행이 설립될 당시 재일동포 670여 명이 출자한 250억원은 비합법적으로 들어온 자금이라 배당금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없었다”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한때 2000개가 넘는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신한은행엔 지금도 1000개+α’의 차명계좌가 남아 있다”며 “차명계좌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한 것도 있지만 신한은행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실명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금감원이 묵인했다는 것도 다시 논란이 됐다. 금감원 검사반은 지난해 5월 신한은행 종합검사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포착하고도 원본 서류가 검찰에 압수됐다는 이유로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검사와 통화를 했는데 ‘검찰 수사를 한다고 해서 금감원이 조사를 멈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라 회장은 경북 상주 출신 모임인 ‘상촌회’ 회장으로, 류우익 주중 대사와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모임의 회원”이라며 “라 회장은 실명제 위반 문제가 불거진 이후인 지난 8월 24일 중국에서 류 대사와 만찬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실명제 위반을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하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지난 6월 말 법무장관이 자료를 줄 수 있다는 말을 해 조사가 진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라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고 귀국한 지 3일 만에 재출국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알렸고 라 회장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라며 “국회에 나와 떳떳하게 증언하라는 말도 전했다”고 밝혔다. 신한 내분 사태의 수습 방안을 묻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문엔 “이사회 등 책임 있는 기구에서 해결 방안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답했다. 신한지주는 다음 달 4일 개최하려 했던 이사회를 이달 30일로 앞당겨 열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라 회장이 30일 이사회에서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정무위는 국내에 있는 이 행장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이 행장은 응하지 않았다. 정무위는 이 행장 등을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태광그룹 특혜 논란=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조치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금융위는 지난해 말 흥국생명이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모두 매각하는 조건으로 흥국화재 주식 취득을 승인했지만 흥국생명은 아직도 태광산업 지분(7.87%)을 매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조속히 조사해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2006년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할 당시 감독당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특정 회사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유도한 일은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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