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때 급성장 … 정·관 ‘M&A 로비’ 드러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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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는 과연 무엇을 겨냥한 것일까. 그룹의 사세가 가장 확대됐을 때의 재계 순위가 71위일 정도로 기업 규모도 크지 않고 지난해 주요 계열사 워크아웃이 무산돼 사실상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다.

 이런 그룹에 중수부가 직접 손을 댄 이유에 대해 대검 측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등 범죄의 질이 나쁘다”는 점을 꼽고 있다. 기업 인수 후 알맹이를 빼먹은 뒤 상장폐지 등을 통해 손을 떼는, 부도덕한 행태에 메스를 대겠다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대상의 크기(기업 규모)를 보고 ‘예상 밖의 수사’라고 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기업 사냥꾼’이 사회에 얼마나 큰 폐해를 남기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의 초점이 C&그룹 임병석 회장의 문어발식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 맞춰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사는 임 회장이 회사 자금을 어떻게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M&A 과정에서 비자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C&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사업을 가장해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룹과 무관한 위장 회사를 만든 뒤 이를 통해 거액의 돈을 마련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그룹이 몸집을 불리는 데 있어서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C&그룹이 인수한 기업들은 상당수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놓였다가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커진 업체였다. 정치권의 입김이 없었다면 이런 알짜배기 기업들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여권 인사들이 관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일부 은행권의 비정상적인 대출에도 부정이 개입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 임 회장이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할 당시 편법적인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계속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대목도 석연치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나 관료의 경우는 현 정권의 요직에 있는 인물도 거론된다. 지난 정부뿐 아니라 현 정부 인사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미 상당 기간의 내사를 거치면서 수사에 필요한 정황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을 압수수색 당일 출근 길에 체포해 온 것이 이를 말해준다. 검찰은 48시간 내에 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풀어줘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빼돌린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에 영장 청구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비 혐의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신속한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담당 검사-임 회장, 4년 만에 조우=현재 대검 중수부에는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들이 배치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출신인 김홍일 중수부장은 뚝심 있는 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우병우 수사기획관은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다.

 특히 이번 수사를 맡은 중수2과의 윤석열 과장과 임 회장의 인연이 눈길을 끈다. 윤 과장은 2006년 금융 브로커로 알려진 김재록씨 사건 수사 때 중수부 파견 근무를 했다. 당시 임 회장은 김씨에게 정·관계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전진배·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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