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제 슈마허 단독 인터뷰] “나는 신생팀의 신인이다 한국에 성공하러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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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원(F1) 한국 그랑프리가 22∼24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다. 누구보다 미하엘 슈마허(41·메르세데스)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월드챔피언 7회에 빛나는 슈마허는 4년 공백을 딛고 올해 복귀했다. 마크 웨버(220점·레드불)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페르난도 알론소(206점·페라리)와 제바스티안 페텔(206점·레드불)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루이스 해밀턴(192점·맥라렌)과 젠슨 버튼(189점·맥라렌)도 포기하기엔 이르다. 다섯 명의 드라이버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서킷에서 경기가 열린다. 우승자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포뮬러 원(F1)의 전설로 불리는 드라이버. 2000~2004년 5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7차례 월드챔피언에 오른 그. 2006년 은퇴해 전설로 남았다가 전격 복귀한 ‘돌아온 황제’. 미하엘 슈마허(사진)다. ‘F1은 몰라도 슈마허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20일 방한한 슈마허를 21일 전남 영암에서 중앙일보가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 나는 여기에 성공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소감은.

 “세계 곳곳을 가봤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오늘 아침 일어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는데 경치에 놀랐다. 넓은 바다가 보이고, 산과 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요하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된 느낌이다. 서킷도 한국처럼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다. 아름다운 나라의 훌륭한 서킷에서 경기를 하게 돼 기분이 좋다.”

 -서킷을 둘러봤는데 어떤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추월 가능성이 큰 긴 직선 주로가 있고, 코너도 많다. 서로 다른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무척 흥미롭다.”

 슈마허는 올해 16라운드 일본 대회까지 54점으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한 번도 그랑프리 우승을 못 했으며, 두 차례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통산 91회 그랑프리 우승을 한 그의 이름값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는 한국 대회 2주 전 열린 일본 대회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복귀한 뒤 우승이 없다. 뭐가 잘 안 풀리나.

 “F1 레이싱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 조각들이 하나도 어긋나지 않고 잘 들어맞아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은퇴하기 전에 비해 미세한 움직임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감각이나 타이어를 관리하는 기술이 예전만 못하다.”

 -올해는 포기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는데.

 “복귀할 때부터 우승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는 신생팀이었고, 나도 이 팀의 신인이다. 그래서 팀과 머신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른 드라이버와 다른 강점은.

 “팀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꼽겠다. 드라이버와 팀이 더불어 성장해야 월드챔피언이 될 수 있다. 우승을 못했다는 사실보다는 레이스를 거듭하면서 팀과 내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봐 달라.”

 1994년과 95년 베네통 소속으로 월드챔피언에 오른 슈마허는 이듬해 페라리로 이적했다. 첫해 성적은 3위였다. 페라리도 2위에 그쳤다. 수년간 주춤한 그는 2000년 페라리 이적 후 4년 만에 월드챔피언에 복귀했다. 페라리는 슈마허가 정상에 오르기 한 해 전 컨스트럭터스(팀) 챔피언에 오른 뒤 2004년까지 6년 연속 최고의 팀에 올랐다. 슈마허가 페라리의 전성시대를 열었고, 페라리는 슈마허를 최고의 드라이버로 재탄생시켰다.

 -한국 에서 당신의 우승을 바라는 팬 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3위에 오르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다. 거기까지도 운이 필요하다. 메르세데스와 레드불·페라리·맥라렌은 열심히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있다. 하지만 모든 드라이버가 처음 접하는 서킷인 데다 24일 결선일에 비 예보까지 있어 여러 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다. ”

 -한국에는 아직 F1 드라이버가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 환경과 지원의 문제 같다. 드라이버의 저변이 넓고, 서킷이 군데군데 있어야 한다. 모터스포츠 선수는 몇 명가량 있나? (매우 적다고 하자)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카트를 즐기는 어린이들이 많아야 한다. 그들이 성장해 머신을 타고, F1 드라이버가 되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

영암=김우철 기자



F1 코리아 Q & A

오늘 연습주행, 내일 예선, 모레 결선
예선 성적으로 결선 출발 자리 정해

Q: 출발은 어떻게 하나.

A: 12개 팀에서 2대씩 24대의 머신이 출발선 앞 정해진 그리드에 정렬한다. 녹색 신호가 켜지면 일제히 출발한다.

Q: 맨 앞에서 출발하는 차가 훨씬 유리할 텐데.

A: 그렇다. 결선 레이스의 출발 순서는 예선 성적을 통해 가린다. 23일 열리는 예선은 순위 경쟁이 아니라 기록을 잰다. 한 바퀴를 돈 시간이 짧은 머신이 결선 레이스에서 앞자리를 차지한다.

Q: 레이스 중 순위 변동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A: 기본적으로 잘 달리는 차가 앞에서 출발하는 시스템이라 추월이 쉽지 않다. 결선 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추월은 약 10번 정도 나온다. 타이어를 갈아끼울 때 시간을 허비하는 게 결정적 패인이 되기도 한다.

Q: ‘F1의 황제’로 통하는 슈마허가 왜 올해는 한 번도 우승을 못했나.

A: 슈마허는 올 시즌 종합 점수에서 24명 중 9위다. F1은 드라이버 기량도 중요하지만 머신의 성능이 승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2006년 은퇴 후 3시즌 동안 현장을 떠났던 공백도 생각보다 크다. 나이도 벌써 41세다. 올해 슈마허의 우승은 힘들지만 내년에 머신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

Q: 팀마다 머신의 성능 차이가 큰가.

A: 그렇다. 서킷 한 바퀴를 도는 기록이 상위권과 하위권 팀 사이에 5~7초 정도 난다. 이게 쌓이면 5.615㎞의 서킷에서 2~3바퀴 정도 차이로 벌어진다. 레드불·페라리·맥라렌 등 F1의 강호들은 1년에 40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쓴다. 히스파니아 등 하위권 팀은 1000억원을 밑돌기도 한다.

Q: 레이스 중 슈마허가 탄 차를 알아볼 수 있나.

A: 우선 메르세데스의 은색 머신을 찾아라. 두 대가 있다. 한 대엔 슈마허, 또 다른 머신에는 니코 로즈버그가 타고 있다. 각각의 드라이버는 자신의 고유한 헬멧을 쓰고 있다. 머신에 드라이버 번호도 적혀 있다. 슈마허는 빨간 헬멧이며 번호는 3번이다.

Q: 어떻게 200㎞ 가까운 속도로 코너를 빠져나가나.

A: 다운포스 덕분이다. 비행기는 날개를 활용해 하늘을 날지만, F1 머신은 반대로 지면에 달라붙게 만든다. 그래서 고속으로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대신 드라이버는 최고 체중의 5배에 해당하는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Q: 월드 챔피언은 어떻게 가리나.

A: 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 모두 19번 그랑프리가 열린다. 1위는 25점, 2위는 18점을 받는다. 3~10위까지도 15-12-10-8-6-4-2-1점을 받는다. 이를 합쳐 시즌 챔피언을 뽑는다.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시즌 1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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